사전에서는 종교를 무어라 했을까? 읽어본다. “신이나 초자연적인 절대자 또는 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 그 대상ㆍ교리ㆍ행사의 차이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애니미즘ㆍ토테미즘ㆍ물신 숭배 따위의 초기적 신앙 형태를 비롯하여 샤머니즘이나 다신교ㆍ불교ㆍ기독교ㆍ이슬람교 따위의 세계 종교에 이르기까지 비제도적인 것과 제도적인 것이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에 실린 것이다. 좀 장황한 설명이다. 깔끔한 설명이 아니다. 그런데 “초자연적인 절대자”라는 용어가 무척 거슬린다. 한 마디로 “종교=믿음”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믿음의 대상이 초자연적인 절대자여야만 하는가에 의문이 생긴다. 그러면 절대자는 형상을 가지고 있을까?  

형상을 알 수 없는 절대자도 포함하는가? 또한 절대자가 있으면 상대자라는 개념도 있을까? 너무 막연한 “언어유희”일 뿐이다. 무엇이 절대며 무엇이 상대인가? 구태여 구별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구태여 구별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냥 어떤 존재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있다면 그것을 종교라 불러야 할 듯하다.   

북한에는 김일성교가 번창하고 있다. 그것을 종교라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종교의 구성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우선 敎主가 존재한다. 그 교주를 믿지 않고 엉뚱한 소리를 하면 이단으로 몰리고, 대략 수용소에서 처벌을 받는다. 그것을 戒律이라 부른다.   

동시에 어떤 敎團을 형성하고 있다. 북한에서 노동당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그것은 편의에 따른 것이고 진실한 노동당은 아니다. 그냥 특정한 목적을 가진 집단인데, 종교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대충 교주와 교단과 계율만 있어도 종교집단이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에는 김일성교가 번창하고 있다.   

교주와 그 亞流에게 저항하거나 건성건성 하는 행위만 해도 장성택처럼 처형되어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다. 인류역사에서 종교 때문에 정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서학이 알려지면서 “서학쟁이”들이 참살을 당했다. 바로 그들의 종교적 지위를 한결 높이기 위해 교황이 온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구원파는 종교집단일까? 즉 종교적 요소를 다 갖춘 집단일까? 그들은 유병언이를 교주라 하지는 않지만, 그는 엄연한 교주다. 즉 구원파신자들이 그의 말을 믿는다. 예를 들면 한 번 구원받은 자는 어떤 죄를 지어도 구원상태를 유지한다는 이론이다. 그런 말을 한 유병언을 믿으니 그 유병언은 교주다.  

물론 그들 나름의 계율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모금을 하는 작전을 가만 살피면 그런 계율이 작동하고 있다는 짐작이 간다. 동시에 그들은 어마어마한 집단을 형성하고, 서로 소통하고 있어, 일사불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이 이 더운 여름에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굉장한 집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구원파는 이단이건 아니건 종교집단이다. 구원파가 믿고 있는 믿음은 종교적이다.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는 전적으로 다른 몫이다. 그런데 어떤 종교가, 종교라 불리는 것 모두가, 확실한 테두리에서 활동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래서 그 테두리 안에서 지지고 볶는 것은 타인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어떤 미신적 종교라 할지라도, 제한된 범위에서 타인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종교행위 하는 것은 말리기 어렵다. 비록 겉에서 보기에 껄끄럽더라도 그들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어 그 범위에서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미신이니까 사라져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미신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요점은 무얼까? 어떤 종교집단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지 아닌지를 분별하면 족하다는 말이 된다. 구원파가 나름으로 집단을 이루고 사업을 하면서 사기를 치지 않는 범위에서는 무슨 활동을 하건 비난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들 나름의 존재이유와 생활방식이 있어 그런 상태를 유지해가는 것에 과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운영하는 해운회사를 빈껍데기로 만들면서 안전에 관련된 투자를 횡령하고 결과적으로 제주행 복합선이 해난사고를 당하게 하였다면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그들이 어떤 절묘한 기획을 해서 박근혜정부를 곤경에 몰려고 교통사고로 위장했다면 더더욱 비난받아야 한다.   

죄 없는 어린학생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작전이기 때문에 더욱 거센 비난을 받아야 한다. 비록 기획작전이 아니고 우발사건이었더라도 역시 비난받아야 한다. 결과에서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었기 때문이다. 생명을 박탈한 것과 동일하다. 그래서 이래저래 그들은 몹쓸 인간들이 되고 말았다.   

이제, 아마 그들은 모두 합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놀라운 사건이 또 발생했다. 천주교 주교란 자가 이석기 재판에 선처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는 정말 놀라운 사건이다. 세월호사건 못하지 않은 대사건이다. 왜냐? 이석기가 선처에 따라 죗값이 낮아지거나 혹 석방이라도 되는 날에는 뒷일이 걱정이다.  

이석기는 대한민국을 향해서 폭동을 획책한 자다. 한 번 사면 받고도 다시 죄를 저지른 악성분자다. 이석기는 형량을 감량 받거나 방면되면 사회에 해를 끼칠 것이라는 점이 1심 재판에서 확정되었다. 그 확정된 죄인을 선처해달라고 의사 표시를 했다면 그 선처를 바라는 자는 한 패거리라 보아야 한다.   

한 패거리가 아니고서는 반국가사범을 선처해달라고 요청할 수 없다.   

즉 논리적으로 모순이 된다. 반국가사범은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 마땅한 처벌이 필요한 인간이다. 마땅한 처벌을 바라지 않고, 도리어 선처를 바란다면 한 패거리가 아니고서는 논리가 성립하지 못한다. 하긴 그 천주교 주교가 한 패거리가 아니라는 확증이 없긴 없다. 요즘 새빨간 사제들이 너무 많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 주교가 선처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은 큰 잘못이다. 한 편 그가 단순한 개인 이름으로 선처를 요청했는지 공식 직함을 사용했는지는 좀 분명하지 않다. 보도내용에서는 직함을 사용한 흔적이 있다. 이는 정말 잘못 요청한 사항이다. 그런데 만약 그가 이석기와 한 패거리는 아니더라도 그에 호의적이라면 어떤 작태가 의심되는가?  

그가 김일성교 신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석기는 정확하게 김일성교 신자다. 같은 김일성교 신자로서 이석기를 도와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아주 열심인 김일성교 신자가 아닐지라도 일단 김일성교 신자임이 확실하다면 그 주교는 복합종교 신자이고 주교 자격을 잃게 된다.   

천주교 신자는 천주교 이외의 믿음은 가질 수 없다. 그런데 천주교 신자면서 동시에 김일성교 신자라면, 더구나 주교라면 그는 그 주교 옷을 벗어야 한다. 주교로서 합당하지 못한 이중종교 신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이중종교 신자를 만나기도 한다. 두 종교를 동시에 신봉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소위 하급종교에서는 그런 이중적 믿음을 많이 발견한다. 최영과 관운장을 동시에 모시기도 한다. 별로 이상하지도 않다. 그런 이중적 종교행위가 매우 보편적이다. 하지만 천주교에서는 그런 이중적 믿음을 철저하게 금하고 있고, 심지어 그것을 위해 아까운 목숨을 버리기도 했다.   

순교자란 그런 위인들을 말한다. 이제 곧 교황이 방한해서 우리의 순교자들에게 특별한 지위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빛나는 시기에 주교란 자가 김일성교를 숭배하면서 어찌 그런 영광스런 행사에 참여할 수 있을까? 무슨 낯으로 교황을 뵈올 것인가? 교황에게 김일성교를 전파할 셈인가?  

그런데 몹쓸 그는 한 술 더 떠, 타 종교지도자들에게 같은 청원을 권했다. 이는 정말 몰상식한 짓을 했다. 자신만이 그런 청원을 해도 욕을 먹을 터인데, 타 종교지도자들에게도 같은 내용을 권해서 그들이 합동청원을 했다고 한다. 이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추태면서 대한민국을 이렇게까지 말살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了解가 가지 않는다.   

영광스런 조상을 가진 천주교 주교로서 이제 막 그분들에게 영광을 주려는 찰나에 駭怪罔測한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에는 확연한 근거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근거란 그가 철저한 김일성교 신봉자라는 것이다.   

교황을 무슨 낯으로 만날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