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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도발 응징, 방송재개만으론 불충분하다

동국대 석좌교수 / 건양대 초빙교수 / 해군발전자문위원장

글 | 김태우 미카엘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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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4일 비무장지대(DMZ)내 남쪽 지역에서 발생한 북한의 지뢰도발로 인해 두 명의 부사관이 다리를 잃는 부상을 입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에 이어 이번에도 즉각적인 판단과 응징이 불가능한 방법으로 또 한번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폭발의 원인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직후 한민구 국방장관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10일에는 2004년 남북합의로 중단했던 대북심리전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다. 성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정치권의 대응도 신속했다. 국회 국방위와 본회의가 북한규탄 결의안을 채택했고, 야당은 임진각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혹독한 대가라는 것이 겨우 방송재개냐“라는 질책도 이어졌다.

  북한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북한은 전선서부자구사령부 명의의 전통선을 통해 지뢰사건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발뺌했고, 조선인민군 전선부대 공개담화, 국방위원뢰 정책국 담화 등을 통해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조준타격을 가하겠다” “통째로 불바다를 만들겠다” 등을 협박을 쏟아냈고, 보수단체의 대북전단과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까지 시비했다. 또한, “사건 현장의 한국군 장병들이 주어진 각본대로 연기하는 것 같았다”면서 ‘자작극’ 가능성을 시사하여 한국내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기민함도 보였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종북주의자들의 화답(?)이 있었다. 문규현 신부는 8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뢰도발이 북한 소행이라는 명백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므로 국방부는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핵무기 등 비대칭 위협수단의 보유, 불안정한 통치기반, 개선이 보이지 않는 경제난 등 현 북한정권이 가진 특징과 문제점들을 감안할 때 이런 식의 대남도발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군과 정치권 그리고 정부는 이번 도발에 대한 대응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 도발의 근본원인을 제거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아픈 기억이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을 되돌아보고 도발의 악순환을 차단할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도발을 응징하지 못하는 군대는 존재할 이유 없어

  우선, 군에게는 “도발을 응징하지 못하는 군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고전적 진리를 상기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 고전적 진리를 실천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이스라엘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를 되짚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돌이켜 보건대, 한국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제대로 응징한 적이 없다. 60년대 청와대 기습사건에 대해 한국은 예비군 창설이라는 수세적 대응에 그쳤고, 울진삼척무장공비 침투사건에 대해서도 응징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70년대 판문점 도끼만행, 80년대 랑군 폭탄테러와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고,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도 5.24 경제제재라는 비군사적 조치를 취하는데 그쳤다. 그해 11월에 발생한 연평도 포격도발에도 ‘비례성 원칙’이란 교전수칙 하에 조심스러운 대응포격을 가했을 뿐 이렇다 할 군사적 응징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북한은 1970년대 남북대화를 하면서도 남침용 땅굴을 팠고, 1991년 「남북한 기본합의서」 서명 이후에도 땅굴을 파고 강릉 앞바다에 잠수함을 침투시켰으며, 서해에서 끊임없는 해상도발을 자행했지만, 여기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은 ‘인내’ 아니면 ‘확전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국방부와 합참이 천명했던 ‘거부적 억제전략’은 사실상 무력화되고 말았다. 이는 “북한이 도발하면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을 강요하는 조치를 취할 것임을 증명함으로써 도발을 억제한다”라는 것이었지만, 한국군이 실행에 옮기지 않음에 따라 억제효과를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북한이 핵무기라는 비대칭 수단까지 확보함에 따라 ‘핵그림자’를 드리운 채 노골적으로 재래도발을 저지르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럴수 록 한국군은 응징에 충실했어야 했지만, 전혀 그러지 못했다. 천안함 폭침도발시 한국군이 저들의 간담을 써늘하게 하는 응징을 가했더라면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은 없었을 것이고, 연평도에서 그렇게 했더라면 이번 지뢰도발은 없었을 것이다. 당시 북한은 연평도를 향해 176발을 포격했는데 이중에서 연평도에 떨어진 것은 44발이었다. 한국군은 이것의 두 배 정도인 80발을 쏘았다. ‘비례적 대응’도 하지 않은 것이다. 현장에 출격한 F-15 전폭기는 합참으로부터 공격명령을 받지 못해 연평도 상공에 머물다가 그대로 회항하고 말았다. 연평도 포격도발은 6.25 전쟁 정전 이래 처음으로 북한군이 한국영토에 포탄을 쏜 사실상의 전쟁행위였지만, 여기에 대응하는 한국군의 자세는 너무나 조심스러웠다. 북한이 한국군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대북방송 재개만으론 지뢰도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없다. 적절한 대응이 되기 위해서는 저들이 한국군 장병에게 입힌 물리적 피해를 반드시 되돌려 주어야 하며, 거기에 더하여 군은 이번 사건을 “적이 도발하면 반드시 응징하는 군대”로 재탄생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권은 무거운 책임 느껴야
 
  안보문제에 관한 한 한국의 정치권은 유권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안보정치’나 펼치고 일방적으로 군에게 질책이나 퍼부어도 되는 여유로운 입장에 있지 않다. 북한이 한국을 얕잡아보고 함부로 도발하는 현실에 대해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 경제기적을 통해 일구어낸 경제번영을 지키고 국리민복을 수호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어떻게든 확전이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기에는 이설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전쟁은 대비할수록 일어나지 않는 법이며, 전쟁을 잊고 살려고 하면 반드시 위기를 맞게 된다. 그것이 곧 망전필위(忘戰必危)의 안보진리이다. 적의 도발을 차단하려면 도발을 응징하는 능력과 의지를 보이고 실제로 그렇게 해야 한다. 전면전을 억제하려면 한국군이 전면전도 치룰 수 있는 군대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안보원칙은 남북대화나 교류협력과는 별개로 준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군이 수행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북한군이 도발하면 도발원점을 향해 응징해야 하고 도발원점이 불분명할 때에는 비례성 원칙에 구애받지 않고 여타지역의 표적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가치를 부여하는 모든 것”을 응징표적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스텔스기를 이용한 참수(斬首)전략을 수립하여 도발자 개인에 대한 징벌도 가능해야 한다. 전면전을 억제하기 위한 과제는 더욱 막중하다. 동원예비군을 유사시 즉각 전투사단으로 돌변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하고, 피침 즉시 북한의 후방을 때리는 육군특수부대를 증강하고 곧바로 평양을 압박할 수 태세를 갖춘 해병상륙부대도 필요하다.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하면 첨단 재래무기들을 동원하여 대량보복을 가하는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응징보복용 무기들을 지상과 공중 그리고 해상과 해저에 분산 배치하는 ‘한국형 3축체제’ 같은 것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군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오고가는 논의들일 뿐, 정치권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경청한 흔적은 별로 없다.

  북한은 여전히 한국을 전면전을 할 수 없는 나라로 보면서 한국이 확전의 위협을 무릅쓰면서까지 핵을 가진 자신들에게 대들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 판단은 대체로 적중했다. 북한의 이 오만방자한 판단에 대해 한국의 정치권은 정영 아무런 책임도 없을까. 안보위급 국가인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의 비중이 안보위협이 없는 유럽국들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중에 ‘복지정치’는 만발하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정치권이 책임이 없는가? 민생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강화하는 것에 반대하고,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국정원의 대공 도감청 활동을 위축시킨 것은 누구인가? 북한군 병사들의 복무기간이 10년이나 되고 지상군 사단이 90개에 달하는데도 병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사람들은 누구인가? 짧은 복무기간으로 인하여 병역자원이 감소하고 한국군 병사들의 숙련도가 북한군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 이를 두고 “표를 얻기 위해 안보를 희생한 것”으로 지적하는 것은 지나친 것인가.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장병들은 일인당 3천만 원 정도의 보상금을 받았고 가장 많이 받은 경우가 6천 5백만 원이었다. 6.25 참전용사에게 매월 지급되는 보상금은 18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세월호 희생자는 일인당 6억에서 최고 12억 5천만 원까지 받게 되어 있고, 민주화 운동 관련 희생자들에게도 십억 원 안팍의 보상금이 지불되었다. 선진국치고 나라를 지키다가 희생당한 사람들보다 민주화 희생자나 수학여행 사고로 숨진 사람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나라가 있는가?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이런 나라로 만든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북한이 이런 대한민국을 전면전을 치루지 못할 나라로 보고 만만하게 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동안 한국군이 북한의 도발을 강력하게 응징하지 못한 것이 과연 군만의 책임인가?


  영화 ‘연평해전’ 관객들의 눈물 되새겨야

  영화 ‘연평해전’을 보면서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천금같은 남편을 잃은 여인들과 금쪽같은 아들을 잃은 부모들의 통곡에 관람객들의 가슴은 메어졌지만, 슬픔 못지않게 큰 분노도 메아리쳤다. 군과 정치지도자들은 슬픔과 분노가 뒤범벅된 관객들의 눈물을 되새겨야 한다.

  2002년 제2 연평해전 직후 전사자 중의 한 명인 고 박동혁 병장의 아버지가 당시 김동신 국방장관, 이남신 합참의장, 이상희 합참 합동작전본부장 등 지휘라인에 있던 8명의 지휘관들을 고소했지만, 2년 7개월 동안의 법정다툼끝에 무죄로 종료되었다. 법적인 책임규명이 그렇게 마감되었다고 해서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이 없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질문들이 남아 있다.

  200년 6월 11일부터 북한해군은 북방한계선을 침범하기 시작했고 6월 20일에는 어부로 위장한 군사요원들이 어선과 전마선을 타고 NLL을 침범하여 한국군의 대응을 정탐했다. 군정보 당국은 상부에 보고했다. 그렇다면 심상치 않은 상황을 보고받고도 묵살했다면 누가 왜 묵살한 것인가? 운명의 날인 6월 29일 아침 북한은 작심하고 130톤급 상하이급 초계정 388정과 215톤급 경비정 684정을 보내 북방한계선을 침범했다. 해군의 고속정 357정은 지시받은 교전수칙에 따라 선제사격을 금지당한 채 차단기동에 들어갔다가 684정의 느닷없는 기습공격을 받았고,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응전에 들어갔지만 6명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희생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선제사격 금지’ 지시는 누가 어떻게 내린 것인가? 당시 청와대의 지시였다면 청와대의 누가 그토록 무책임한 지시를 내린 것인가? 그런 상태에서 전함의 포신 앞에 아군 함정의 옆구리를 들이대야 하는 ‘근접 차단기동’을 지시하여 북한군의 선제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도록 한 합참의 지휘관은 누구인가? 누구의 지시 때문에 아군의 손발을 묶어 놓고 북한군의 총구 앞에 얼굴을 들이밀라고 시킨 것인가? 이어서 1200톤급 초계함 2척을 포함한 8척의 한국 함정이 교전에 가세했는데도 북한의 684정을 격침시키지 않고 퇴각하도록 내버려둔 이유는 무엇인가? 누구의 지시였는가? 현장에 출격한 공군기에 내려진 명령은 무엇이었는가? 왜 도발 선박을 응징하지 않았는가? 군과 정치지도자들은 스스로 이런 질문들에 답하면서 연평해전에서 당했던 일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결의를 다져야 한다.


  안보위해 합심해야

  남과 북은 협소한 한반도를 분할하고 있는 동족의 분단국이다. 통일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는 민족의 염원이지만, 분단동안에는 상생을 통해 상호간 이익을 공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포기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개혁개방을 받아들인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것이 없다. 하지만, 북한정권이 핵무기를 흔들면서 ‘남조선 혁명’이나 외치고 무력도발을 계속한다면, 한국으로서는 도발을 근원적으로 근절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항구적인 상생구도를 정착시키는 길이다.

   군은 ‘도발시 반드시 응징하는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 구호만이 아닌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을 후회하도록 만들 실질적 응징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권은 그런 군대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국민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총선을 의식한 인기영합식 ‘안보정치’나 대책없는 질책이 아니라 진지하게 안보대책을 구하고 필요한 예산적 뒷받침에 나서는 일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북한도발 억제’라는 목표를 위해 필요한 국방개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성완종 사건, 메르스 사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함몰되어 나라를 지키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부라는 비판을 불식시켜야 한다. 지금 국민은 서해바다를 지키다가 쓰러져간 윤영하, 한상국, 조천형, 황도현, 서후원, 박동혁 등 6명의 영웅들에게 ‘전사자’라는 명칭을 부여하는데 이 나라가 왜 그리 주저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묻고 있다.

  모든 희생은 거룩하지만, 제대로 된 나라라면 희생에도 서열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이런 서열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정부라면, 그런 정부 하에서 북한이 두려워하는 군대가 양성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그런 군대가 지키는 대한민국이라면 북한이 무력도발을 포기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이다. 정부는 주요 안보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이적발언을 일삼는 불순한 무리들에 대해 가차없는 공권력을 발동해야 한다. 북한의 자작극 주장이 맞다면, 한국군은 46명의 장병들을 희생시키면서 스스로 천안함을 폭파한 것이 되고, 두 명의 장병들을 불구로 만들면서 스스로 지뢰를 매설했다는 얘기가 된다. 정 부가 북한의 이런 허황한 주장에 동조하면서 나라를 분열시키고자 악쓰는 이적분자들을 단호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북한이 그런 대한민국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국민과 정부 그리고 정치권과 군은 이번 지뢰도발을 이런 당위성들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건에 대해 제대로 응징하는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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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08-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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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미카엘
· 1950년 대구출생, 경북중고, 영남대 상대 경영학과
· 한국외대 통역대학원(한-영 동시통역 전공)
· 미 캘리포니아 몬트레이통역대학원 수료
· 뉴욕주립대(SUNY Buffalo) 정치학 박사 (국제안보/핵문제 1989)
· 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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