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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협상, 많은 성과 불구 남은 과제가 더 막중

글 | 김태우 미카엘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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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벌어진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제1비서 간의 기싸움도 박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8월 4일 북한군의 지뢰도발로 야기된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황급하게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은 8월 25일 6개 항의 공동발표문에 합의하고 종료되었다. 북한은 애매하게나마 “지뢰폭발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고, 한국은 11년 만에 재개했던 대북 심리전 방송을 다시 중단했다. 이로써 한국은 ‘위기국면 전환’이라는 일차적 목표를 달성했다.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좀처럼 사과하지 않는 북한정권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북한이 “확성기를 조준 타격하겠다”던 협박을 슬그머니 접고 대화를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연히, 이는 군이 보여준 종전과는 다른 단호함, 안보통수권자가 보여준 안보소신, 정치권이 낸 한 목소리, 젊은이들이 보여준 호국의지, 북한의 경거망동을 견제한 미국과 중국의 역할 등으로 어우러진 오케스트라가 빚어낸 작품이었다.
 
  한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얻어낸 성과들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정부와 군 그리고 국민이 단결하는 것이 북한의 협박과 도발을 막아내는 최상의 방패임을 확인한 것은 가장 값진 성과였다. 군은 북한의 무력시위에 굴하지 않고 “도발하면 응징한다”는 자세로 일관했고, 대통령은 단순명료한 안보논리로 군을 뒷받침했다. 과거처럼 군통수권자와 정치지도자들이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선제사격 금지’나 ‘신중한 대응’을 지시했더라면, 군은 혼란 속에서 우왕좌왕했을 것이다. 젊은이들의 놀라운 안보의지를 확인한 것은 실로 감격스러운 성과였다. 국민은 이들로부터 국가안보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대중외교와 동맹외교의 중요성도 확인되었다. 유사시 한국방어를 위해 달려올 나라는 동맹국인 미국뿐이라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물론, 김정은 제1비서도 잃은 것과 얻은 것이 있다. 이번의 위기 조성과 대남협박으로 김정은 제1비서는 다시 한번 ‘위험하고 예측불가한 지도자’로 낙인이 찍혔고, 9월 3일 전숭절 행사를 앞둔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으며, B-2 스텔스 폭격기를 위시한 미국의 막강한 전략무기들을 한반도에 불러 들일뻔 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호국의지를 불태우게 만들고 여야 정치인들을 단결하게 만든 것은 북한이 입은 최대의 손실이었다. 하지만, 국내정치에서는 김정은 개인이 얻은 것도 적지 않다. 김정은은 집권 후 지금까지 불안한 권력기반 때문에 노심초사해왔고, 처형을 통한 공포정치, 빈번한 군 고위직 인사 등은 그의 불안감을 대변하고도 남음이 있다. 김정은은 이번 사태를 통해 120만 북한군을 장악한 최고사령관으로서의 위상을 주민들에게 과시했고, 선전선동을 통해 북한 청년들의 충성맹세를 받아냈다.연히 김정은에게 있어 가장 절실한 것은 국내통치기반의 강화이며, 그런 의미에서 지뢰도발은 북한이 사전에 기획한 ‘평양발 남풍(南風)’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지뢰도발 후 한국군이 ‘대북방송 재개’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오자 이에 놀라 준전시상태 선포 등으로 무력시위를 벌렸지만 이것이 오히려 한국과 국제사회의 단결된 대응을 초래하고 있음을 알고 허둥지둥 고위급 회담을 제의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입장에서 8.25 고위급회담의 최종적인 성패(成敗)를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국에게 있어 궁극적 목표는 북한의 도발동기를 영구히 소멸시키고 항구적인 상생구도를 구축하는 것인데, 이 맥락에서 본다면 이번 타결은 문제의 ‘해결’이라기보다는 봉합에 가깝고, ‘귀결’이라기보다는 ‘출발’인 측면이 더 많다. 휴전선 일대의 대북방송은 한국이 가진 유력한 심리전 수단이며, 북한이 그토록 집요하게 중단을 요구한 것 자체가 방송의 위력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한국이 이것을 포기하면서 받아낸 것으로는 확실한 재발방지 약속과는 거리가 있는 ”유감“ 표명과 아직은 손에 잡히는 것이 없는 ”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약속이 전부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남북이 화해협력의 길로 들어서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본격 가동된다면 8.25 타결은 ‘성공’으로 판정받겠지만, 반대로 북한이 또 다시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대화를 파탄시키고 대남 위협에 나선다면 ‘북한의 속임수에 넘어가 소중한 전략자산을 내버린 졸속회담’이라는 원성에 직면할 것이다.
 
  이렇듯 8.25 회담의 최종적인 성패는 상당부분 북한의 향후 행보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8.25 합의를 기만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대남협박과 도발로는 얻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해주어야 하는 것은 한국의 당연한 과제이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책들은 이번 사태에서 얻은 교훈들이 이미 분명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젊은이들의 애국심이 포효하는 가운데 국민과 정부 그리고 군이 한 덩어리가 된다면, 정치권이 국가안보 앞에는 여야(與野)가 따로 없다는 사실을 과시한다면, 그리고 확고한 동맹체제와 함께 성공적인 대주변국 외교가 병행된다면, 북한은 도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국 상생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그것이 8.25 고위급 회담을 ‘성공한 남북대화’로 기록되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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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08-2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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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미카엘
· 1950년 대구출생, 경북중고, 영남대 상대 경영학과
· 한국외대 통역대학원(한-영 동시통역 전공)
· 미 캘리포니아 몬트레이통역대학원 수료
· 뉴욕주립대(SUNY Buffalo) 정치학 박사 (국제안보/핵문제 1989)
· 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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