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들고 가는 까만 비닐봉다리를 보며>
  
  바다마저도 잠이 들었던 동백섬의 아침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밝아 온다. 수평선 저 멀리 해오름 타고 먼동이 트면 바람소리, 새소리도 합창하며 함께 창문을 열어 젖힌다. 산책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매일 찾는 주민들도 있고 해운대를 찾은 관광객들도 있다. 복장은 형형색색이다. 젊은 여인들의 화려하면서도 간편해 보이는 조깅복이 눈길을 끄는가 하면 남정네들의 울퉁불퉁 튀어오른 근육질이 마치 보디 빌딩 화면을 보는 것 같다. 청명한 아침이면 가까이 오륙도(五六島)가 다가오고 국경의 섬 쓰시마(對馬島)도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은 동백로(冬柏路) 길가엔 새벽 장도 열린다. 상인들이 타이탄 트럭에 싣고 와서 팔고 있다. 싱싱한 생선류와 과일, 채소류가 계절따라 유혹하고 있다. 동백섬을 걷고 돌아가는 여인들이 들고 가는 까만 비닐봉다리가 눈길을 끌기도 한다. 가볍게 들고 가는 것도 있지만 두 팔이 축 늘어지도록 무겁게 들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여인들이 바리바리 들고 가는 저 까만 비닐봉다리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궁금증이 발동한다. 달리기나 산책을 할 때는 그저 평범한 여인들었지만 까만 비닐봉다리를 들고 갈 때의 여인은 산책나선 한가한 여인이 아니다. 남편과 자식들을 생각하는 마음의 아내와 어머니가 된다.
  
  빨리 돌아가서 아침식사 준비를 해야지 하는 생각이 앞선다. 반찬 거리가 될 만한 채소류와 해산물, 수박, 토마토, 참외, 복숭아, 자두, 사과, 고구마, 감자 등을 비닐 봉다리 한 가득 사 가지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가족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은 두 팔이 아프도록 들고 가는 그 무거운 무게도 참고 이겨낼 정도로 강하고 튼튼하다. 동백섬에는 자연만법(自然萬法)이 살아 있다. 어머니의 자상한 모정(母情)도 살아 숨쉰다.그래서 동백섬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