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이 순박한 사람에게 많이 가르치는 듯>
  
  한반도에서 가장 진취적이었던 국가는 고려라고 들었다. 특히 남녀 간의 문제가 지금의 일본 수준으로 개방적이었다고도 들었다. 그래선지 체면을 중시하던 조선 선비들은 ‘고려가요’를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라며 깎아내렸다. 어쨌든 남녀상열지사는 지금도 글로 옮기려면 보통의 용기로는 옮기기 어렵다. 그러나 조선일보는〈"모텔 갔지만 성관계 안 해" 법원 "그래도 불륜"〉이란 기사 제목을 며칠째 걸어 놓고 있다. 이에 기대서 힘을 얻고 이 글을 써본다. 별것은 아니지만.
  
  등시포착(登時捕捉). 다 알다시피 사건이 발생한 그 즉시 범인을 현장에서 붙잡는 것을 말한다. 현대 형법도 등시포착이 않으면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것들이 더러 있다. 이전에 있었던 간통죄가 대표적이다. 형법이 간통죄의 기수 시기(旣遂時期)를 그렇게 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에는 여성의 발언권이 약했으니 여성의 정조를 보호해 줄 목적으로 간통죄가 있었고, 또 등시포착을 범죄구성 요건으로 쳤을 것이다.
  
  아주 오래 전에, 어릴 때의 친구 한 놈이 어느 검찰청의 수사과장을 했다. 이놈이 하는 이야기가, 자기의 제수가 가출을 하여 다른 남자와 동거생활을 했는데 마침내 발각되었다. 방 안에 남자의 옷과 제수의 옷이 포개져 걸려 있는데도 아무 일 없었다고 뚝 잡아때더라는 것이다. 여기에 성이 난 친구 놈이 경찰관에게 부탁하기를 “우짜든지 자백만 좀 받아주소” 했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옛날처럼 때리지를 못하니 범죄인만 살판났다” 했고,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위의 신문 기사 내용도 매한가지다. "모텔 갔지만 성관계 안 해"란 말은 “내가 죄짓는 것 봤나?” “등시포착 했나?”라고 놀리는 것이고 비웃는 것이다. “날 잡아봐라” 하는 소리이기도 한데 이런 말을 듣게 된 상대방은 얼마나 성이 날까? 차라리 마누라의 가출 자체보다 더 성이 날 것이다. 범죄인이 가진 최대의 무기는 ‘오리발’이라 하더니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이재명이한테 배웠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