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의정협의체 성공 위해선 ‘나 빼고 다 개혁 대상’ 정부 태도부터 바꿔야>
  
  의정협의체를 꾸려 제로베이스 기반으로 논의하겠다는 정부여당의 제안을 환영합니다. 설득 없이 거칠게 밀어붙이는 방식이나 대안도 없이 유예하자는 주장 모두 국민들에겐 답답하기 짝이 없던 차에 반가운 소식입니다. 명절연휴을 앞두고 식구 중 누가 아플까봐 온국민이 마음을 졸이는 지금, 의정이 제발 서로 정책파트너로서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간절히 요청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부터 지금까지처럼 ‘너만 잘못이다’란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나 ‘우리도 반성할 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같이 해법을 찾아봅시다’의 진정성을 보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현재 당의 일각에서 제기되는 장차관 경질론도 단순히 의사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정부가 무엇을 반성하고 있는지를 보이고 새로 시작하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한다는 차원에서 적극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 복지부 차관은 ‘전화걸 수 있으면 경증이니 응급실에 가지 마라’고 말했지만, 심근경색 환자도 전화는 걸 수 있습니다. 환자는 많은 경우 경증인지 중증인지 알 수 없고 응급실에서 의사의 판단을 받아야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응급실에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응급실에서 빠른 결정을 하고 얼마나 중한지에 따라 적정의료기관으로 보내주거나 후순위로 진료를 안배하는 것입니다.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겨서는 안됩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정책을 만들고 운영해 온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응급실 이용 차질은 기존에 있던 문제’라는 복지부 입장은 국민 입장에선 어처구니 없는 유체이탈 발언입니다. 기존에 있던 문제를 이제껏 해결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정부 책임이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지금 문제가 커지니 갑자기 국민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면서, 의료계만 개혁 대상인 것처럼 밀어붙이는 ‘안면 바꾸기’는 신뢰바탕으로 협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응급실에 큰 문제가 없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복지부는 협의대상과 국민의 신뢰를 상당히 상실했습니다.
  
  이렇게 사태가 악화된 것에 대해, 그리고 그간 문제가 누적된 것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는 제발 서로 반성할 것을 반성하면서 이젠 국민을 위해 해법을 함께 찾아야 합니다. 특히 정부는 스스로도 ‘개혁 대상’이라는 진정성을 가지고 의정협의체를 시작해 주십시오. 그런 차원에서 협상의 얼굴을 교체함으로써 ‘반성과 존중’의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