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골 잘 넣는 선수가

골 잘 넣는 선수로

불멸의 천재 골잡이로

칭송이 자자한 지상낙원

지축을 뒤흔드는 강슛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롱슛

그이는 한 시즌에 2만 골은 너끈

불멸의 천재 골잡이

펠레는 천 골로 국가 공휴일을 선사하고

다시 삼백여 골을 덤으로 넣었다지만

그래서 통산 천삼백여 골이라지만

놀라워라, 그이는

전성기 시즌에 백만 골

내리 세 시즌을 그랬더니, 자기네

골그물을 발기발기 찢어놓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코빼기도 아니 뵈던 일가친척들이

도요타상을 앞세우고

바리바리 싸 들고 넙죽 절하며

제발 제2의 중동 대박은

같은 피붙이에게 달라며 애걸복걸

그이가 어여삐 여겨

동서 양쪽에 쪽문을 열자

지축을 뒤흔드는 강슛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롱슛

불멸의 천재 골잡이

다투어 스카우트하려고

선수금에 급행료에 자연채무에

자연채무는 뭔데

헤헤헤, 그건 말입니더

다케시마상이 여쭈되

떼묵어도 괜찮은 빚입니더

지는 법 공부를 좀 했고요

허허, 그건 내 전문인데

자네가 몰래 배웠구먼

지축을 뒤흔드는 강슛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롱슛

불멸의 천재 골잡이

소문에 텍사스 구단주 왈

스카우트 좋아하네

다리 몽뎅이를 부러뜨릴까 보다

흠흠, 그이가 헛기침도 하기 전에

태평양 양안에서 벌떼같이 달라붙어

텍사스 구단주의 바짓가랑이에

평생 잘 여미었던 보물이

박쥐 인간처럼 툭 불거질까

두려웠을까, 텍사스 구단주

슈피리어 호수에 용머리를 처박고

뱀꼬리를 살살 흔들더라

지축을 뒤흔드는 강슛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롱슛

불멸의 천재 골잡이

지금도 한 시즌에 2만 골은 기본

코빼기도 아니 뵈던 일가친척들

지금도 동서 두 쪽문이 좁다며

바다로 하늘로 땅속으로

그이가 닫았다 열었다 하면

슬금슬금 눈치 보며

박씨는 바로 갔고

유씨는 붙들려 있지만

선수금에 급행료에 자연채무에

아니 받을까 봐 전전긍긍

아침이슬씨는 747 불도저에 올라타서

자살골 까발리는 풍선을 엄금하더라

텍사스 구단주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던

시카고 구단주, 옛 아칸소 구단주의 부인과

머리를 맞대고 속닥속닥

우린 바쁘거든요

스카우트비도 없거든요

대화의 문은 단둘이든

여섯이든 열려 있거든요

지축을 뒤흔드는 강슛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롱슛

자꾸 그러면 재미없거든요

계약은 뭐 생각 없지만

선수금은 여기 있어요

자연채무라 해도 좋고요

자살골 진상조사위원회는 알 바 없고요

그 쪽 라커룸을 기웃거린 두 여자는

우리가 보낸 게 아니고요

그들의 횡설수설에 그이는

궁예의 독심술로 훤히 꿰뚫어보고 먼저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롱슛 풍덩

지축을 뒤흔드는 강슛도 꽈꽝 곧 선보일 터

몸값 올리는 데 그보다 좋은 게 어디 있으랴

지축을 뒤흔드는 강슛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롱슛

불멸의 천재 골잡이

지금도 한 시즌에 2만 골은 기본

일가붙이든 양코배기든 쪽발이든

그이가 방향만 바꾸면 거기도

한 시즌에 2만 골은 느끈

마음만 먹으면 백만 골도 여반장

알아들 모셔라

도요타상과 다케시마상이

시카고 구단주와 아침이슬씨를

나무라더라 다그치더라, 고작

십만 원짜리 풍선은 어제도 오늘도 날더라

훌훌, 훌쩍훌쩍

(2009.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