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
  
   북한의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죽었다. 오랫동안 심장병을 앓아왔다고는 하지만, 그의 사망은 북한 정권 몰락의 또 다른 신호탄이다. 북한 군부 내에서 지난 10여 년간 2인자 역할을 해왔던 그의 사망으로, 김정일에게도 저승사자의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 김정일 정권의 붕괴 소식을 고대하다가, 한 달 전 안타깝게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난 황장엽 선생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일성을 만났을 것이다. 지옥과 천국의 중간 어느 지점에서 만나 일단은 서로 부둥켜안았으리라. 김일성이 지옥에 정착한지 벌써 16년이 지났으니, 그곳에서도 굶어죽은 수백만 북한 동포들의 영혼까지 갉아먹으며 살고 있으리라.
  
  
  
  
   “황 동무. 어서 오기요. 와 이제야 왔소. 내래 동무를 얼마나 기다렸는데..반갑수다. 그래..남조선에서 훈장도 받고.. 살기는 좋다지요.”
  
  “아바이 수령. 내래 수령 동무 간 뒤로 얼마나 고생했었는지 아오? 그 정일이 놈 때문에..수백만 인민을 굶겨 죽이고...주체사상을 왜곡해 주지육림에 빠져스리 날 업신여기고..그래서 남한으로 탈출해 현충원에 들어갔지요.”
  
  “그깟 놈 이야기는 그만 두기오. 이건 황 동무한테만 털어놓는 비밀인데, 실은 나도 그 놈에게 당한 것이오. 잔소리 좀 해댔더니 술에 독을 타서 그만..”
  
  “그럴 줄 알았시오. 정일이 그놈도 결국 정은이 손에 갈꺼이 틀림없지요.”
  
  
  
  
   뒤이어 자신보다 먼저 들어와 있던 남한의 두 전직 대통령들을 만났다.
  
  “독재자와 손잡고 노벨평화상 받은 김 대통령, 햇볕정책 이어가다 스스로 목숨 끊은 노 대통령. 두 양반 다 여기서야 만나는군요. 청와대 있을 때는 날 그렇게 문전박대하더니..기다리시오. 내래 정일이 그놈도 곧 만나게 해드리지요. 김정일이 같은 악마와 손잡으면 명도 짧아지지요.”
  
  황 선생의 결의에 찬 말투에 질렸는지,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어쨌든 황 선생은 북한의 악명 높은 실력자들과 약탈자들을 하나하나 잡아들일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가 김정일은 아니다. 그에게는 더 많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공포를 맛보게 한 뒤, 불러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남한의 친북, 종북 세력들을 하나하나 잡아들일 것이다. 누가 먼저 갈지는 북한 세습 정권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