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싸나운 방송
  
  
  일요일 아침 TV를 켜자 한 방송에서 일본지진방송을 하고 있었다. 일본 공항 폐쇄로 귀국하지 못하던 한,일 양국 관광객들의 표정을 담은 화면도 내보냈다. 근심어린 표정으로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본관광객과 안도의 표정으로 귀국하는 한국관광객의 상반된 표정도 TV화면에 보였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다음화면엔 한 모녀가 클로즈업 되었다. 일본여행을 갔다가 발이 묶였다 귀국한 딸을 맞이하는 모습이었다. 큰 소리로 울부짖는 모습이 한 화면에 가득찼다. 순간 눈쌀이 찌푸려졋다. 굳이 저런 모습을 내보내야 하는 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락이 끊겼던 딸이 귀국했으니 그 감정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개인감정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우리 가족도 2주 전에 일본 동경을 다녀왔다. 다녀왔던 곳이 물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내 스스로도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사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문제는 방송이다. 굳이 그런 장면을 내보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수천 수만명이 죽거나 실종이 된 일본과 비교해보자. 일본의 방송에선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그대로 노출되는 장면을 볼 수 없다. 그에 비해서 우리 방송은 귀국하는 딸을 붙잡고 울부짖는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내보냈다. 방송의 호들갑치고는 너무한 것이다.
  
  
  과연 우리도 일본처럼 수만명이 희생되는 참사를 겪었다면 어떻게 방송을 내보낼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천박하기 이를데 없는 방송에 일요일 아침 너무도 역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