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BS1에서 이승만대통령에 다큐프로를 재밌게 봤다.

그 소감을 작성하려고 노트북을 여는 순간 핸드폰에서 벨이 올렸다.

선배의 전화다. 얼른 전화기를 들었다.

'아. 선배님. 아침부터 어쩐일이십니까?'

'혁아. 지금 뭐해?'

'이승만박사에 대한 글하나 쓰려려구요'

'그거 나중에 하고 지금 빨리 영등포 복지병원으로 와.' 뚝...

일단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바로 영등포 복지병원으로 달려갔다.

갑자기 누가 다쳤나 하는 걱정과 함께.

병원에 도착하니 각 언론사 차량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 뭐지?'

선배와 만나서 영안실로 들어갔다. 난 그제서야 알았다. 바로 철가방천사가 그곳에 있었다.

이미 많은 언론지상에 보도된 故김우수씨(54)의 영정이다. 그는 고아출신이었다.

지난 23일 중국음식 배달 후 그릇을 회수하던 중 서울 일원동 인근 도로에서 승용차와
충돌해 25일 숨졌다.

배달원으로서 한달에 70여만원을 받았다. 그 중에서 일정금액을 떼어서 불우어린이를
위한 후원금을 기부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서 후원했다.

연고가 전혀 없는 故김우수씨다. 고인의 상주 자리는 초록어린이재단 측 후원회가 맡았다.
최불암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도 상복을 입고 자리를 지켰다.

사진 : 각계각층에서 보내온 조화

사진 : 최불암씨가 대표상주를 맡아서 많은 조문객을 응대햇다.

사진 : 필자를 불러내어 철가방 천사 故김우수 영전에 문상을 하게 만든 선배.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데 어느 일간지 기자가 인터뷰요청을 했다. 그 기자는 필자의 선배에게
어떻게 조문을 오게 되었는지 또 고인과는 어떤관계인지 질문했다. 선배는 이렇게 답했다.

'고인과는 아무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고인의 삶은 분명하게 타인의 귀감이 되기때문에 그 분의
마지막 길을 꼭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기자는 되물었다. 무엇이 그토록 귀감이 된다고 보느냐고.

'우리가 60년대까지는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렇다고 자살을 하진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경제적으로 풍요해졌는데 자살자가 급증했습니다. 이것은 마음이 병들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서 김우수씨는 한달에 70만원을 받았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나누면서 살았습니다. 이것은 마음이 병든사람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마음의 부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런 분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싶었습니다'

기자와의 간단한 인터뷰를 끝내고 난 선배와 점심을 하면서 질문했다.
'어떻게 70만원을 받으면서 또 그것을 쪼개서 남을 도울수 있을까요? 나로선 상상이 안갑니다.'

선배는
'내가 경제적으로 극단에 몰렸을때 나를 도와준 이는 역시 어려운 사람이었어.
어려움을 격어본 사람이 역시 남의 어려움을 아는 거야. '

'그럼 선배님도 기부합니까?'

'응'

'넌 안해?'

'예'

'남의 어려움에 같이 동참할 수 있어야 진정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달라질거야'

요즘 서울시장선거다 또 내년 대선이다 해서 모두 거대담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런 세상속에서 故김우수씨의 마지막 길을 보면서, 그리고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서

마음의 대화를 해봤다.

선배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밥 몇번 샀으니 다음번엔 저 사람이 사겠지 하면서 매번 계산속에서 사는 삶보다야
김우수씨처럼 나누면서 사는 삶이 더 남는 삶이 아니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