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는 여권이 없다. 다섯 살 아이도 혼자 지구 반대편으로 갈 수 있는 지구촌이라고 하지만, 비행기 승무원이 잠재 고객을 친절하게 보호자에게 데려다주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 아이도 여권이 없으면, 비행기에 아예 오를 수가 없다. 실수로 또는 도난으로 해외에서 누군가 여권을 잃어버리면, 설령 그가 세계 최강국 미국의 시민일망정 인권을 보장 받지 못한다. 그래서 제일 먼저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찾는다. 그러면 누구도 그에게 허튼 수작을 부리지 못한다. 대부분 분야에서 세계 10대 강국으로 떠오른 대한민국의 국민은
  30여년 전부터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어 누구나 대한민국 여권으로 북한을 제외한 세계 어디서나 인간 대접을 받는다.
  
   같은 핏줄, 같은 말, 같은 역사이지만, 북한의 주민은 천국과 지옥처럼 차별 받는다. 그들이 정식으로 여권을 발부 받아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무지갯빛 특권이다. 죽음보다 못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개울 수준의 압록강, 두만강의 상류 지역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가는 순간,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의 떠돌이 미친 개보다 자유롭지 못하다. 맞아도 하소연할 데가 없고 죽어도 슬퍼해 줄 사람이 없다. 조금 살게 되었다고 생전의 모택동처럼 거들먹거리며, 중국인이 노예로 부려도, 아비와 아들이 공동 소유해도 흰 쌀밥 한 그릇에 손발을 빌려 주고 아랫도리를 빌려 준다. 참다못하여 국경을 벗어나듯 도망치면 집요한 노예 추격전이 벌어진다.
  
   중국의 공안(경찰)과 북한의 보위부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간 사냥에 나선다. (중국은 북한을 식민지라고 보기 때문에 주권 침해는 생각도 않고 북한의 보위부원에게 중국 공안의 지위를 부여한다. 이건 현재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국주의 제도다.) 미국 남부의 흑인이 북부로 도망가면 남부의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연합하여 탈출 노예를 토실토실 집돼지가 도망이라도 간 듯이, 발 달린 황금 궤가 달아나기라도 한 듯이, 황금 알을 낳는 닭이 닭장에서 날아가기라도 한 듯이, 배신감에 치를 떨고 애석함에 속을 바싹바싹 태우며 한쪽은 기어코 잡아서 끌고 가고 다른 한쪽은 그것을 합법적인 주인의 소유권 행사로 인정해 주던 것과 흡사하다.
  
   이렇게 중국이 노예 주인의 큰 주인으로서 노예를 주인에게 돌려준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중국과 북한의 갖은 수작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사관과 영사관과 외교부와 통일부의 철면피 외면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남쪽 나라에 정착한 사람이 2만3천 명이 넘어선 걸로 미루어 그것의 최소한 10배 곧 23만 건은 될 것이다.
  
   2대 세습 독재자가 아무 죗값도 받지 못하고 죽은 지 두 달 만에, 그 생일을 맞아, 2월 16일을 맞아, 중국은 3대 세습 독재자에게 특별한 선물을 내려 보내려고 한다. 국경을 넘는 자 3족을 멸하라는 섬뜩한 제1호 독재 명령을 내린 3대 세습 독재자에게 특별한 은사를 내려 보내려고 한다. 제국주의 중국의 특별한 선물은 31명 탈북자다. 차라리 죽음을 달라는 그들의 말을 꾀꼬리 소리처럼 즐겁게 들으며, 사디스트 대국 중국이 31명 탈북자를 생지옥으로 돌려보내려고 한다. 철통 보안이 무색하게 31명의 동선이 거의 밝혀졌다. 그러자 노예 주인의 큰 주인은 오늘은 11명, 내일은 9명, 이달 20일 안에 31명 전원 돌려보낸다며 장물을 주인에게 되돌려 주듯이 당당하게 일정을 밝힌다. 옛 일본 제국주의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
  
   아니나 다를까, 친북좌파는 비열한 나꼼수 열기에 푹 빠졌을 뿐, 대포 소리를 못 듣고 왱왱 합창하는 매미처럼 욕설의 합창을 배설할 뿐, 31명 탈북자의 운명에는 모깃소리도 안 낸다. 1억 마리 중 그것도 10년 전의 단 3마리 미친 소에도 날마다 100만 촛불로 ‘양키, 고 홈!’을 외치던 자들이, 2대 세습 독재자의 사망에는 조문을 못 가서 발 동동 가슴 답답 안달하던 자들이 마음의 큰 주인인가, 제국주의 중국의 천인공노할 짓에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만약 미국이 단 한 명이라도 탈북자를 북한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면, 그들이 어떻게 할까. 훗날 대통령이 될 노무현 상병처럼 귀한 대한의 여섯 아들이 2대 세습 독재자의 손가락 한 번 까딱함으로 벌건 대낮에 넘실넘실 푸른 바다를 붉게 물들인 비극에는 눈물 한 방울도 아까워하다가, 군사훈련 중 사고로 두 여중생이 죽은 비극에는 인터넷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고 온 나라를 눈물의 바다와 분노의 화산으로 만들던 자들답게, 중국과 북한의 인권유린 연합 작전에는 실험실의 생쥐에게 보내는 측은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만약, 만약, 링컨의 후손으로 절대 그럴 일이 없겠지만, 미국이 탈북자를 단 한 명이라도 북한에 강제송환한다면, 그들이 어떻게 나올까. 아마 바로 다음 날 미국 대사관은 불타고 주한미군은 화염병으로 뒤덮일지 모른다.
  
   친북좌파가 펼쳐놓은 10만 제곱킬로미터 덫에서 허덕거리던 박근혜가 모처럼 인간적인 목소리를 냈다. 중국의 호금도에게 편지를 보내, 탈북자 31명을, 대한민국의 국민 31명을, 생지옥으로 돌려 보내지 말라고 부탁했다. 잘한 일이다. 만약 여의치 않으면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 유엔난민협약을 들먹여 그들의 이성을 일깨우는 공손한 말투는 기껏해야 일회성에 그친다. 세상에 크게 알려질 때만 생색을 내는 한국의 외교부는 이번에도 제국주의 중국의 동정에 호소하는 척 체면치레한다. 박근혜는 김씨공산왕조에 대해서도,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친북좌파에 대해서도 인권 전선(戰線)을 벌여야 한다. 수년 간 표류하다가 이제 곧 폐기될 운명에 처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통일부를 연방 통일부에서 자유민주 통일부로 바꿔야 한다. 그러면 대통령에도 수월하게 당선될 뿐만 아니라, 외환보유고와 핵무기로 재편되는 동아시아의 패권 구도도 법과 인권으로 지배되는 새 누리로 바뀔 수 있다.
  
   중국인은 누구보다 돈을 밝힌다. 한동안 돈을 돌같이 봐야만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30여 년 전부터 썩돌도 황금으로 볼 수 있게 되어, 돈이라면 이제 중국인은 환장한다. 이들에게는 외국의 항의와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 인권이란 명분에 돈이란 실리를 안겨 주어야 한다. 1조3천억 원에 이르는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탈북자 1인에 100만 원꼴로 중국인에게 안겨 주라. 그러면 헝가리가 서독에게 그러했듯이 돈도 벌고 인권 명예도 얻고, 중국인은 인도적인 행렬에 대대적으로 나설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연평균 10%도 못 쓴다. 국내의 2만3천 명 탈북자가 중국을 떠돌 때 중국인에게 1인당 100만 원을 주었다고 해 봐야, 230억 원밖에 안 된다. 햇볕의 이름으로 준 돈이 드러난 것만도 100억 달러, 10조 원이 넘는다. 결과는? 단 한 명 북한 주민을 데려오지 못했다. 그 돈을 독재자가 아니라 탈북자 구출에 썼다면, 쉰들러처럼 우주보다 귀한 생명을 구하는 데 썼다면, 1인당 100만 원 썼다면, 이론상 1천만 명을 자유의 품에 안겨 줄 수 있었다. 독일처럼 절로 통일되게 할 수 있었다. 중국인의 북한 주민 노예 매매가가 100만 원의 절반인 50만 원인 걸 감안하면 100만 원이면, 능히 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의지다. 양심이다.
   (2012.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