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선고유예 및 항소포기, 판사는 하루 노역刑 5억 원 환산판결, 피의자는 전직 鄕判(향판)의 아들.
  
  이는 同鄕(동향) 출신의 검판사가 同鄕 출신 범죄자에게 내린 재판 결과이다. 노역 일당 최고 신기록일 것이다. 同鄕 사람들의 이심전심, 共謀作黨(공모작당)이 아니고서는 이런 재판결과가 나올 수 없다. 지난 26일자 <조선일보>엔 ‘꿈의 5 억원, 분노의 5억 원’이란 칼럼이 실렸다.
  
  <‘日當(일당) 5억 원’짜리 勞役(노역) 소식이 며칠째 나라 전체를 들쑤셔 놓고 있다. 허재호 前 대주그룹 회장의 하루 노역 대가가 5억 원으로 정해진 것은 사실 뉴스가 아니다. 4년 전 일이다. 2010년 1월 광주고법 형사1부가 500억 원 법인세 탈루 및 100억 원 횡령 혐의의 허 전 회장에게 벌금 254억 원을 선고하면서 벌금을 내지 않으면 하루 노역을 5억원으로 환산해 형을 집행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노역 일당 최고액 신기록이었다.
  당시 이 판결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때 계열사 20곳을 거느렸던 재벌급 회장이 설마 벌금을 몸으로 때우겠느냐고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 그런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4년 동안 뉴질랜드에 머물렀던 허 전 회장은 지난 22일 오후 6시 귀국했다. 그날 밤 11시 40분 광주교도소에 도착한 허 전 회장은 그날부터 매일 매일 벌금 5억 원 씩을 탕감받고 있다. 허 전 회장은 처음 며칠 준비 과정을 거쳐 종이가방에 풀을 붙이는 일을 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처벌 받은 범죄자는 외국으로 도피해 카지노에서 노름을 하다가 언론에 노출되자 제 발로 귀국, 황제노역을 했다고 하는데 이 판결이 나온 과정은 그야말로 코미디이다. 판결을 내린 판사는 영전해 모 지방법원장이 되었고, 친형이 국회의원인 지역의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깎이는 걸 보고도 상고를 포기한 검사 또한 同鄕 출신이었다고 한다. 그 범죄자의 부친도 유명한 법조인이었다고 한다.
  
  사법부의 이런 행태에 국민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차마 양심과 법이 살아 있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일각에선 ‘지역감정을 악용하지 말라’고 운운하겠지만 이는 지역감정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惡習(악습)이다. 이런 판결을 내린 법조인들의 뻔뻔스러운 작태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