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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5년에 서울 市警(시경)이 북한간첩 한 사람을 체포했는데, 이 사람이 전향해 대북 역공작에 적극 협조했다. 그는 북한에 계속 암호통신을 보내며 남한에서 그가 성공적으로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고를 했는데, 서울 북방 송추유원지 금수장 앞에서 1965년 7월18일 북한이 派送(파송)하는 3인조 무장간첩을 접선하도록 공작을 추진했다.
  
  이때 서울 市警의 대공요원들이 잠복해 있다가 저들(무장간첩)을 덮쳤다. 그때 북한간첩들이 저항해 교전이 벌어졌고 서울 市警 대공요원 두 사람이 전사했다. 3인조 간첩들 중 한사람이 생포되고 두 사람은 몸에 심한 총상을 입은 채 도주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생포된 자의 이름은 대위 노성집(조장)이고 도주한 자들은 대위 이재영(조원)과 대위 우명훈(조원)이다. 이 두 사람은 北으로 돌아간 후 병원치료를 받고 소위 ‘공화국 전투영웅’ 칭호와 함께 각각 육군 대좌와 상좌 계급을 받았다. 이들이 2년 후 평양시 근교 상원군 공포리에 ‘124군부대’를 창설했다.
  
  생포된 노성집은 대방동 수용소에 후송됐고, 내가 그를 3개월간 심문했다. 당시 국내 언론에서 이재영을 이재용으로 우명훈을 우명환으로 보도한 예도 있었으나, 내가 여기에 기술한 이름이 정확한 이름이다. 이들 3인조 간첩의 공작임무는 서울 시내에 잠입해 적절한 기회를 포착, 朴正熙 대통령이 타고 가는 승용차에 수류탄을 투척해 그를 암살하는 것이었다.
  
  수용소에 도착한 노성집은 초기에 아주 뻣뻣하게 굴었고 비협조적이었다. 그러나 날이 가면서 심문관으로부터 북한에 관한 이야기, 남한에 관한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다음에는 완전히 회전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대한민국에 죽을 죄를 지은 데 대해 통한을 여기며 적극 협조했다. 그로부터 방대한 분량의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비록 북한 간첩으로 남한에 침투했지만, 인간적으로 존경할만한 교양과 지성을 겸비했고, 적극적으로 심문에 협조했기 때문에 심문관들이 건의해 수용소에서는 그를 특별히 대우했고 토마토 화분 두 개를 사다 매일 물을 주게 하고, 자유롭게 수용소 안뜰을 걷고 바람을 쐬게 했다.
  
  심문이 끝나고 그가 수용소를 떠날 때 韓美합동 심문관들이 강력한 탄원서를 한국정부에 보내, 그의 죄를 관대히 용서하고 대공 업무 고문으로 채용해 줄 것을 건의했다. 그러나 그 당시 정치 분위기는 朴正熙 대통령의 불편한 남로당 전력과 거물간첩 황태성 사건으로 인해 관용의 혜택을 기대하기가 아주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결국 처형되었고 죽기 전 천주교에 귀의했기 때문에 천주교 묘지에 안장됐다.
  
  1961년 5·16군사혁명 직후 북한의 김일성은 남한 군사혁명의 주도세력이 남로당 전력이 있는 朴正熙라는 사실에 착안, 황태성을 서울에 급파했다. 김일성은 황태성에게 朴正熙와 金鍾泌(김종필)을 만나 ‘연방제 평화통일’의 남북협상을 위한 사전 조율과 그 가능성을 타진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황태성은 1945년 8·15광복 후 조선공산당 경북도당 조직부장으로 있다가 1949년 10월1일 대구폭동을 총지휘했으며, 월북해 무역부 부상까지 역임했다.
  
  그는 대구폭동에 가담했다가 사살된 朴正熙의 친형이자 金鍾泌의 장인인 朴相熙(박상희)와 아주 절친한 사이였다. 황태성은 1961년 5·16혁명 직후인 9월1일 서울에 다시 잠입해 박정희와 김종필을 만나라는 임무를 수행하려다 그해 10월20일에 체포됐다. 그는 朴相熙의 미망인 조귀분 여사와 朴正熙의 대구 사범 동기동창인 고대 교수 왕학수를 접근했고, 朴正熙와 金鍾泌을 만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부탁했으나, 조귀분 여사의 신고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朴正熙와 金鍾泌이 황태성을 여러 번 은밀히 만났고, 그를 김일성이 보낸 간첩이 아니라 밀사로 인정을 했으며, 그가 가지고 온 공작금 20만 달러가 공화당 창당 준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확인된 바 없다.
  
  재판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은 황태성이 가지고 온 돈은 약 2000 달러에 불과했다. 朴正熙 대통령은 한때 남로당에 가입했던 전력 때문에 두고두고 괴로움을 당했다. 실제로 그는 1948년 11월 집중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군부 내에 포진된 남로당원들의 명단, 소위 '박정희 리스트'를 제공해 그들을 일망타진하는 데 크게 공을 세워 남로당 전력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다. 5·16혁명을 성공시킨 후에도 朴正熙 대통령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 이미지를 일소하기 위해 혁명공약에서 ‘反共(반공)을 國是(국시)의 제1조로 한다’고 강조했다.
  
  황태성이 체포된 후 그는 분명히 韓美양해각서 ‘美8군 정보훈령 I-65’에 의거, 48시간 이내에 대방동 수용소에 후송되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의 정치적인 민감성 때문에 한국의 중앙정보부가 그를 단독으로 관리해 502군사정보단은 접근도 못 했다. 그러나 주한 美 대사관과 美8군 G-2의 강력한 반발로 딱 1주일간 접견 승낙을 받고, 대방동 수용소가 아닌 서울 시내 모처에서 내가 그를 만났다. 나의 심문 방향은 상세한 공작임무 내용을 포함해 그와 朴正熙, 그리고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金鍾泌과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묵비권을 행사했으며 나의 심문면담은 아무 성과도 없었다. 문제는 아직도 국내 좌경인사들이 ‘황태성은 간첩이 아닌 밀사였으나 朴正熙의 정치적인 약점을 은폐하기 위하여 처형되었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그를 ‘나무’로 보는 사람들은 그를 ‘밀사’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를 ‘숲’으로 보면 그는 분명히 ‘간첩’이었다.
  
  황태성은 진정한 의미의 남북통일이나 민족통일을 위한 임무로 남파된 것이 아니었다. 5·16혁명 주도세력인 朴正熙가 남로당 전력이 있는 것을 이용해 김일성이 원하는 적화통일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 잠입한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민족분단의 비극이다. 황태성은 체포된 후 서대문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1963년 12월14일 인천에 있는 모 군부대 형장에서 처형(총살형)됐다. 그리고 사흘 뒤인 1963년 12월17일 그때까지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이던 朴正熙가 제3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