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어린 시절 누군가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남자애는 대통령이나 박사라 말하고, 여자아이라면 미스코리아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 꿈을 실제로 이루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탈북자에겐 남한 나이가 있다. 한국에 온 지 얼마나 됐는지 알 수 있는 척도가 상대방이 한국사회에 얼마나 정착하고 이해하는가 하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처음 한국에 도착하여 하나원 시절을 거쳐 한국 땅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그들 가슴 속은 새로운 희망과 꿈으로 채워진다. 육체적으로 굶주렸거나 정신적으로 억압받았던 시절을 이곳에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열정이 넘쳐난다.
  
  “무지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처럼 “목숨을 걸고 탈북까지 했는데 못해낼 것이 무엇이냐”는 생각이 있다. 사회주의 사회에 익숙해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수많은 장애물과 탈북 과정에서 생겨난 숨어있는 문제점을 그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낯선 외래어와 한국문화를 스스로 노력으로 극복하는 와중에 그들은 치열한 한국사회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꿈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스스로 부족한 탓이라 생각하며 더욱 노력하지만 그들의 눈높이는 계속해서 낮아만 간다.
  
  탈북자들이 어느 정도 한국사회를 경험하고 난 후에는 탈북자에 대한 한계와 차별에 체념을 하며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인정하게 된다. 그들이 가졌던 초심은 어린 시절의 꿈처럼 사라지며 세월이 그들의 꿈을 조그맣게 만들어 버린다.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을 하나로 묶어 판단해버리는 한국사회의 인식 부족과 선입견, 그래서 생겨난 탈북자에 대한 편견과 좁은 인식은 탈북자들의 꿈을 점점 먼 곳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한다.
  
  탈북자들에게 “지금 가진 것에만 만족하며 행복이라 여기며 살라”고 말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너무도 많다. 그들이 가진 꿈은 커지고 장애물은 작아질 보다 체계적인 탈북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