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국립외교원(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에서는 천정배 의원(무소속)의 차녀 결혼식이 열렸다. 복수의 언론은 이 결혼식에 정치인을 비롯해 하객 2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가십성 기사가 아니라 제법 비중을 둔 기사로 다뤄졌다.
  
  "신당 키(Key)맨, 천정배 딸 결혼식에 非盧, 탈당파 총출동"(경향), "천정배의 힘? 차녀 결혼식 문전성시"(한국) "감자농장 칩거 정동영, 천정배 딸 결혼식 찾아"(동아) 등이 각 일간지 기사의 제목이었다.
  
  평소 언론은 사회 지도층 인사의 결혼식에 수천 명의 하객이 모여들었다면, '호화 결혼식'이라고 비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결혼식 보도는 달랐다. 기사의 내용만 보면, 결혼식장이 아니라 정치 집회장으로 보는 것 같았고, 매우 호화스럽게 치뤄진 듯했다(단, 축의금은 받지 않았다고 함). 최근 '新黨 창당說'의 중심 인물로 꼽히는 천 의원이기에 하객들이 눈도장 찍기 위해 참석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婚主가 정치인이고, 신부 또한 외교관이란 사실을 감안한다면, 결혼식장이 문전성시로 비유된 것은 오히려 부끄러워 해야 한다. 검소한 혼례(婚禮)에 앞장서야 할 공직자가 '북새통 결혼식'을 치뤘다는 건 요즘 세상에선 지탄의 대상이다.
  
  몇 달 전, 어느 연예인 커플이 강원도의 조용한 보리밭 한 켠에서 일가친지 몇 사람만 초대해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는 기사가 보도됐었다. 음식도 소박한 잔치국수였다고 한다. 이 결혼식 이후 이른바 "스몰(small) 웨딩"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천 의원은 과연 몰랐을까?
  
  舊정치 체제의 환멸을 느끼고 탈당까지 감행했던 천정배 의원이었기에 他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과거 권력자들과 다를 바 없는 그의 모습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