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은 두 개의 큰 강이 만나는 도시다. 금강산에서 시작된 북한강과 설악산에서 시작된 소양강이 이 곳에서 만나 함께 서울을 거쳐 서해로 흐른다. 한강이 서울을 낳았다면 춘천은 북한강과 소양강이 낳은 도시다. 춘천시는 전국에서 개발이 가장 제한된 도시 중 한 곳이다. 한강수계로 서울시민들의 식수원이 되어 수질관리를 위해서다. 전국에서 혁신도시가 없는 유일한 도청소재지일 것이다.
  
  공장이 들어설 수 없으니 발전에 한계가 있다. 대신 관광산업을 부흥시킬 만한 여러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산과 호수를 이용하여 관광시설들을 잘 조성하면 아마 유럽의 유명 관광지들 못지 않은 각광받을 만한 관광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에서도 이런 한계와 조건을 알고 있으니 어떻게든 관광산업을 일으켜 보려는 여러 시도는 있으나 잘 안되고 있다. 문제는 국책사업이 되던가 대기업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둘 다 여의치 않다. 인구가 적으니 '강원민심'을 두려워하는 정치가 없고, 대기업이라면 삼성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로 압축될 텐데 특혜 시비 때문에도 지자체나 기업 모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춘천시가지를 끼고 있는 의암댐에는 중도라는 섬이 있다. 농사나 짓는 별 쓸모 없는 땅으로 치부한 이 섬에 지금 공사가 한창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한 업체가 '레고랜드'라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공사다. 언뜻 보기에 그럴싸한 사업이다. 그런데 내막을 들여다 보면 문제가 많다. 말은 외국업체의 투자라고는 하나 실제는 이름만 빌리고 사업성을 보장해 주는 불평등 사업으로 보인다. 당초 발표된 사업 계획서에 의하면 총 투자액은 5683억 원이며 이중 영국회사의 투자신고는 겨우 1억 달러라고 한다. 이것만 보아도 뭔가 석연치 않은 사업이다. 부지 조성과 교량 건설 등 모든 기반공사를 지자체에서 부담하기로 하여 특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불거졌다. 이 사업의 전반적인 추진 과정이 현재 춘천지방검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와 영국회사 등이 공동출자로 설립한) 시행사의 대표와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의 비리와, 호텔 등 알짜 부대사업 부지에 대해 특정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등의 부당 계약이 드러난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담당 공무원들과 관련자들이 이미 비리를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집단 비리로 염불보다는 잿밥에 눈독 들인 사업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비리가 얼룩진 사업이 앞으로라도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이 사업을 삼성그룹에서 주도하여 제2의 에버랜드로 조성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강하게 든다. 그럴 수만 있다면 용인에버랜드보다 훨씬 더 훌륭한 춘천에버랜드를 조성할 수가 있을 것이다. 또한 부지조성이나 교량 등 기반공사도 지자체의 부담 없이 삼성이 다 알아서 할 것이다. 그 정도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사업이다. 롯데가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는 따로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이 국민 정서다. 언론이 나서서 온갖 특혜시비를 만들어 낼 것이고, 환경단체에서는 제주해군기지 반대 못지 않은 반대시위를 벌일 것이다. 그들은 삼성 좋은 일 만들려고 국토를 아작낸다고 할 수도 있고, 서울시민들이 똥물을 먹게 된다고 아우성 칠 수도 있다. 아마 틀림없을 것이다.
  
  蛇足)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대한민국을 살리려는 이들과 죽이려는 이들이 서로 伯仲勢(백중세)다. 까딱하면 죽는다. 김성욱 대표가 소망하는 초인, 영웅, 牧者(목자)는 없다. 運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