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戰國(전국)시대에 세상 걱정만 하다가 결국 돌을 가슴에 안고 스스로 강에 뛰어들어 命을 줄인 사람의 얘기가 전해진다. 굴원(屈原)이란 사람의 얘기다. 또한 漢나라 때 사람 동방삭(東方朔)은 눈치껏 서왕모(神仙들을 감독하는 女神)의 복숭아를 훔쳐먹고 삼천갑자를 우스개 소리나 하며 즐겁게 살다 갔다는 얘기가 있다. 후세 사람들은 200년 가까운 시차를 두고 살다간 이 두 사람을 비교했다. 한 사람은 염세주의의 상징이요, 또 한 사람은 낙천주의의 상징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는 걱정이 팔자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요령껏 즐겁게 살다 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굴원은 시인이자 정치가였다. 왕이 이웃나라에 잡혀가서 돌아오지 못하고 죽자 아들이 왕의 자리에 올랐다. 굴원은 왕에게 나아가 '소인배들을 멀리하고 인재를 모아 장병들을 양성하여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왕이 어리석어 다른 신하들의 주장을 듣고는 그를 파직시켜 지방으로 유배시켜 버렸다. 유배지에 있는 강 가를 초라한 행색으로 돌아다니며 슬픈 시를 읊고 있을 때 마침 그를 알아 본 한 어부가 '아니, 대부님이 아니십니까? 어쩌다 이 지경이 되셨습니까?' 라며 아는 체 했다. 이에 굴원은 '내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모든 사람들이 더러운데 나만 깨끗했기 때문이고, 모든 사람들이 취했는데 나만 깨어 있었기 때문이라네'라며 한탄했다. 굴원은 굴욕적인 삶을 이겨내지 못하여 결국 돌을 가슴에 안고 강에 뛰어들어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강직하나 슬기롭지 못한 사람 같다.
  
  굴원이 살다간 세상에 동방삭이란 사람이 나타났다. 天界와 연결되어 있는 곤륜산(중국 전설의 山) 꼭대기에 서왕모의 궁전이 있었다. 서왕모는 인간이 먹으면 하늘과 땅 등 우주만큼이나 오래 살 수 있다는 신비의 복숭아 밭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신선이었던 동방삭이 이 밭에서 복숭아 세 개를 훔쳐 먹었다. 이 복숭아를 먹은 동방삭을 일러 '삼천갑자 동방삭'라 하니 '삼천갑자'라면 한 갑자가 60년으로 이에 3000을 곱하면 18만이 된다. 동방삭이 18만 년을 살다 갔다는 얘기다. 믿거나 말거나.(실제는 61세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짐)
  
  이 동박삭에 관한 전설이 한국에도 전해진다. 삼천갑자를 살고 난 동방삭이 붙잡히지 않자 저승사자는 동방삭을 잡아가기 위해 냇가에서 숯을 씻었다. 어느 날 동방삭이 지나가다 이를 보고 이유를 물었다. 저승사자가 '숯을 씻으면 하얗게 된다'고 해서 씻는다고 하자 동방삭은 자기가 삼천갑자를 살았지만 처음 듣는 소리라 했다. 이에 저승사자가 동방삭임을 알고 냉큼 잡아갔다는 전설이다. 저승사자가 숯을 씻던 곳이 경기도 용인에서 발원하여 분당신도시를 지나는 탄천(炭川)이라고 한다. 이 전설이 바로 炭川의 유래 중 하나다.
  
  세상에는 대책없이 걱정만 하고 있어도 안되고, 책임감 없이 요령껏 사는 사람들만 있어도 낭패를 당할 수가 있다. 미래를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지도자가 나타나 방책을 내놓고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라가 융성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온통 잡놈들이 나타나 어지럽히고 국민들은 이에 쉽게 동화되어가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승사자들이 떼로 몰려와 좀 잡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