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이 국회 제1당이면서도 야당이 거부하면 '국회법' 때문에 대책 없이 정부가 내 놓은 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야당이 내놓은 법안들은 별 무리 없이 통과되는 예를 보았다. 가령 1990년에 제정되어 그 대상을 끝없이 늘려나가는 '5·18 보상법(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무려 여섯 번째 개정이 되었다. 물론 새누리당이 합의해 준 것이다.
  
  또한 유승민이 새누리당 원내 대표로 있으면서 합의해 준 '아문법(아시아문화전당법)'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각종 경제법안들은 밀어놓고 광주에다 김대중의 치적물을 담아두는 전제로 사업비 5조8000억 원(민자 1조7000억 원 포함)을 들여 연간 운영비 800억 원을 5년간 국가에서 보장해 주는 거창한 '전당'을 지어 운영하는 이 법을 통과시켜 주었다. 박 대통령이 유승민을 향해 빈정거린 바로 그 법이다. 이렇듯 좌익들이 내놓은 불요불급(不要不急)의 세금 먹는 법안들은 통과되는데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만들고 돈 벌겠다는 법안들은 왜 통과되지 않았을까?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처럼 제대로 된 농성을 벌이지 않았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국회에 쳐들어가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방법은 생각해본 적 있는가? 그렇게라도 했더라면 국민들의 눈이 따가워서라도 야당이 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량(閑良) 소리 듣는 여당 의원들의 '한량 자세'와 정부 역시 반드시 통과시켜야겠다는 집념이 부족해서다. 집권을 하고 새누리당이 제1당인 상황에서도 이런 꼴을 보였는데 전라도 사위 안철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시간을 벌어보자? 뭐라? 와신상담(臥薪嘗膽)? 와신상담이 아니라 '서서히 삶겨 죽을 것(戰意를 상실하고 영합)' 같다.
  
  오히려 문재인은 전라도 표가 절실하지만 가능하면 전라도에 신세 지지 않으려 거리를 두려는 고심을 엿볼 수 있다. 아마도 노무현 정권 당시 요직에 있으면서 경험으로 얻은 불편한 무엇이 있었을 것이다. 그가 만약 대통령 되면 전라도와 거리두기와 저 좁은 성깔과 좌편향 외골수 때문에 5년을 못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박근혜처럼 탄핵이 되든 무슨 절단이 날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한다면 안철수를 대통령 만들어 서서이 삶겨 죽느니 차라리 문재인이 대통령 되어 화끈하게 한 판 붙어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이런 막연한 감상으로 둘 다 좌익인데 누구를 밀자 말자는 것은 아니다. 안철수 밀자는 것도 막연한 감상일 뿐으로 문재인보다 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든 우익에서 주자를 선택하고 밀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바이다. 와신상담의 기회를 얻자는 막연한 꼼수보다는 背水之陣(배수지진)의 결기나 百折不屈(백절불굴)의 단련이 정석일 것이다. 좌익들은 '원탁회의'도 있던데 우익은 저마다 혼자 똑똑해서 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