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를 방문했다.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이슬람교 발상지인 아라비아반도에 발을 디딘 것이라 한다. 이는 무엇보다 이슬람교 발상지에서 첫 미사를 올린다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는 266대 교황이니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기독교가 이슬람에 다가가지 않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작년에 교황의 북한 방문을 두고 우익 진영에서 크게 반대했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교황이 김정은을 만나는 것은 김정은의 위상을 높여 주는 것이 되므로 정치적으론 의당 반대해야 할 일이긴 하다. 그러나 일반인이 반대한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신앙인이 그것도 크리스챤이 반대하는 것에 우리는 어떤 비애감을 가졌었다.
  
  기독교 선교사가 갈 만한 데만 골라 갔다면 기독교는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 종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바오로의 로마 방문도 같은 맥락이고 할례를 거부하는 이교도들에게도 복음을 전했으며 나아가 그들을 안아들였기에 기독교는 반석 위에 서게 되었다. 이런 점을 모르지 않을 기독교인이 교황의 북한 방문을 목청껏 반대한 것은 참으로 비기독교적 처사였다.
  
  교황은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다종교 간 교류를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할 것이라 한다. 이 회의는 종교 간 화해와 대화 촉진을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화해해야 할 일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화해할 일도 없거니와 종교 간의 다툼으로 피를 흘려 본 적도 없다. 그런데도 퍽하면 '종교 간 화해와 대화'를 주장한다. 그래서 목사와 승려가 어울리고 승려와 수녀가 마주 앉아 웃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교황의 북한 방문은 한사코 반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교황이 종교적 자유를 위해 UAE를 방문한 역사적 순간에 박수를 보낸다" 했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외무장관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사적 방문은 관용과 평화적 공존을 위한 우리 민족의 의중을 전 세계에 확인시킬 것"이라며 "예멘의 평화를 촉구하는 교황의 성명을 환영한다"고 했다.
  
  늙수구레한 달마가 혼자서 희말라야를 넘어 중국 땅에 오자, 중국인들이 놀라며 어떻게 거기를 넘어왔느냐고 물었다. 달마가 대답하기를 "걸어서 왔지 뭐." 했다고 한다. 교황의 북한 방문도 그런 놀라움과 축복 속에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그때도 지금과 같은 세계적 박수가 쏟아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