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가 전파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창궐 여파의 소산물인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 삼가기’ 등의 고통이 국민을 괴롭히고 있다. 고통받는 국민을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둬놓고도 권력자들은 의료진과 의료체계, 국민들의 협조보다는 자신들의 뛰어난 방역능력이 세계언론으로부터 칭찬받고 있다며 우쭐대는 못난 짓거리도 하고 있다. 참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낮에는 신문 읽고 밤에는 방송 보며 바깥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특히 4·15총선을 앞두고 3류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언론과 정치잡배들의 꼴불견도 많지만 더러는 감동을 주는 소식들도 있다. 그중의 하나가 KBS의 교양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다. 며칠 전 재방(再放)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방영한 ‘아나운서 김범수와 개그맨 윤택(임윤택)의 스승 찾아가기’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범수는 모범생이었고 윤택은 문제아로 출발했다. 김범수는 1200여 명 학생 가운데 학업성적이 1, 2등을 달렸지만 가세(家勢)가 기울어져 기성회비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윤택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자퇴(自退)할 정도인 데다 학업성적도 하위권에 머물렀던 대조적인 학생이었다. 그러나 김범수와 윤택의 공통점은 훌륭한 선생님을 담임선생으로 모셨고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극복하여 뒷날 두 사람 모두 아나운서와 개그맨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각고(刻苦)의 노력이 있었다.
  
  김범수는 S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공중파방송의 아나운서가 되었고 윤택은 B대학 관광학과를 졸업한 뒤 개그맨이 되었다. 김범수와 윤택은 성공한 뒤 학교시절 자신들을 극진히 보살펴 준 스승을 찾아 눈물 흘리며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했다. 학창시절 자신들을 제자로 사랑하며 보살펴 준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며 계속 눈물 흘리는 그 장면이 참으로 감동을 줬다.
  
  김범수는 학업성적은 뛰어났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기성회비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자 김범수의 어려운 처지를 눈치챈 담임이었던 성기동 선생이 김범수도 모르게 기성회비를 대납해 줬다. 학년 전체 1등을 하면 축하파티도 열고 자축하는 것이 당시의 관례였지만 김범수는 그럴 형편도 못됐다. 다른 반 선생님들이 축하파티를 기대했지만 성기동 선생은 그것마저도 다른 선생님들에게 양해를 구해 범수 학생을 보살폈다.
  
  김범수는 성기동 선생의 보살핌과 배려로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방송인으로 출세했지만 그 고마웠던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했다. 그러던 중 ‘TV는 사랑을 싣고’가 김범수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김범수는 찾아가는 주인공으로 성기동 선생을 선정하고 그동안 마음속에 간직했던 스승의 은혜를 되새겼다. 어렵게 찾아간 성기동 선생은 73세로 교육현장에서 은퇴하고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백발의 노스승은 불편한 몸으로 김범수로부터 큰절을 받고 옛날을 회상했고 어린 시절 자신을 극진히 돌봐주며 진로를 지켜 준 제자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런 소식이 방송에서 전해지자 성기동 선생의 문하생(門下生)들이 그 옛날의 훌륭한 스승을 찾아뵙고자 하는 방문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고도 했다.
  
  다시 윤택에게로 가 본다. 윤택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자퇴할 정도였다. 학업 성적도 밑바닥이었다. 문제아였다. 동급생들을 협박하여 금품을 빼앗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경찰에 신고되어 윤택은 경찰에 붙잡혀 간 적도 있다. 경찰은 미성년자인 윤택의 범죄사실을 처벌하기에 앞서 보호자를 찾지 못하자 담임선생을 불렀다. 윤택의 담임선생은 검도를 가르치는 박제욱 선생이었다. 박제욱 선생은 경찰에 불려와 윤택의 신병을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쓰며 경찰 앞에 고개 숙이기도 했다.
  
  윤택에게도 ‘TV는 사랑을 싣고’의 기회가 주어지자, 그 옛날 자신을 범죄의 소굴로부터 데리고 나와 보호해주며 인생의 길잡이 되어 준 박제욱 선생을 찾아 나섰다. 박제욱 선생은 미국땅 LA에 이민 가서 살고 있었다. 윤택은 박제욱 선생 앞에 큰절 올리고 오늘의 윤택이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 준 스승의 은혜에 눈물로 보답했다. 박제욱 선생은 윤택이가 탈선하지 않고 방송인으로 성공한 것이 교사생활에서 얻은 큰 보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같은 소식이 방송전파를 타고 미국 교민사회에 알려지자 박제욱 선생이 운영하는 검도장에 검도수련생이 크게 늘어났고 많은 교민들의 축하와 격려가 줄을 잇고 있다며 윤택의 성공을 기뻐했다.
  
  김범수와 윤택의 방송인 성공 미담, 그 이면에 훌륭한 성기동, 박제욱 선생 같은 참스승이 있었다는 사실이 감동을 주고 있다. 요즘처럼 인륜 도덕이 타락하고 스승의 권위가 노동자로 전락한 한심한 세태에 그래도 참스승이 있고 그 스승의 지도를 받아 성실하게 살아가는 젊은이가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사회가 탈선하고 폭주족들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스승과 제자의 끈끈한 정리(情理)가 살아있다는 것에 한 줄기 빛이 되고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기동 선생과 제자 김범수, 박제욱 선생과 제자 윤택, 앞날에 건강과 영광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