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체 팬앤마이크의 정규재 주필이 4월 12일 낮 방송에서 젊은 세대를 향해 그들이 빠질 수 있는 ‘진보의 덫’에 관해 성심성의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을 보았다. 부모 세대 다운 책임 있는 자세였다. 필자의 기준에선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고, 젊은 세대를 위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유익한 충고였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필자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게 과연 가능한 것인지를 회의하는 편이다. 사람이 누구 말을 듣는가? 안 듣는다. 사람은, 특히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일수록 남의 말, 그중에서도 늙은이들 말을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안 듣는다.
  
  젊은이들뿐 아니다. 죽은 영혼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불교 선생님이 말하는 바에 따르면, 죽은 영혼은 곁에서 불보살들이 아무리 “이렇게 선택해야 극락왕생할 수 있느니라”라고 충고해도 결국엔 다 제 끌리는 대로 선택해서 지옥에도 가고 축생도로도 간다는 것이다. ‘제 끌리는 대로’란 바로 업보의 굴레를 말하는 것이다. 이 굴레를 무릅쓰고 불보살들이 권하는 대로 선택해야 할 터인데, 인간들이 그러질 않고 제 끌리는 대로만 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설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절대로 설득하지 않는다. 너 알아서 하라는 게 필자의 냉정한 자세다. 물론 자식 손자들에게는 그래도 부모 된 심정에서 “이러지 말아라, 저러지 말아라” 한다. 예컨대, 길 건널 땐 양쪽을 한 번 보고 건너라“ 운운. 그러나 솔직히 말해 남의 자식들한테야 그 부모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할 형편에 내가 무슨 수로 훈수를 둔단 말인가?
  
  어차피 인생은 업보 탓이다. 자기가 자기 업보대로 뿌려서 거두는 것이다. 그야, 교과서라는 건 있다. 필자도 교과서적인 입장에선 ”이래야 저래야“ 한다. 그러나 그 교과서를 피교육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여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 하는 건 전적으로 피교육자들의 선택이지, 필자의 선호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러니 마음대로들 하란 말이다.
  
  이런저런 정권을 선택해서 그들의 삶이 자유와 번영을 누리든, 아니면 전직 교사 여성이 세 끼 밥을 위해 몸을 판다는 베네수엘라 국민처럼 살든, 그건 젊은이들 스스로 알아서 선택할 일이다. 단, 결과가 나빠도 나중에 후회하진 않기! 부모-선생은 물론, 불보살 말도 듣지 않고 제 끌리는 대로 한 결과 아닌가?
  
  정규재 주필은 방송 하루 전 어느 찻집엘 갔다고 한다. 거기서 몇몇 노인들이 ”이참에 잘못되면 큰일이다”라고 끌탕을 하더란 것이었다. 그러자 저만치 앉아있던 30대 ‘똑똑한’ 여성들이 (뭐 저런 꼴통 틀딱들이 있어 하는 투로) 노골적인 멸시와 조롱을 보냈다고 한다. 이걸 보고 정 주필이 ‘젊은이들을 위한 충고’ 방송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필자는 말한다. “난 내버려 둘랍니다. 나중에 쫄딱 망해 혼줄이 쑥 빠져도 그건 모두 자기네 업보 탓인 걸 우리가 어쩌겠소? 저러다 베네수엘라로 가면 그땐 좀 알랑가요?”
  
  어느 누가 스스로 좋아 베네수엘라로 가면 불보살도 말릴 재간이 없다. ‘똑똑한 무식꾼’ ‘발랑 까진 초짜’들일수록 대책이 없다. “니들 마아아아아암대로들 하세요 잉?”
  
  류근일 2019/4/13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