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의 결과를 보고도 아직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의심하시나요? 이미 여론조사에서 보수의 참패는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30, 40, 50대의 민주당 지지가 항상 50~60% 나왔고, 절대로 야당(자유한국당) 찍지 않겠다는 사람이 60%를 넘었으니까 그것이 그대로 선거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지 않아서도 진 것도 아니요, 황교안이 유승민 세력과 손을 잡는 바람에 보수 결집에 실패했기 때문에 진 것도 아니요, 공천을 잘못해서 진 것도 아닙니다. 이 사회의 중추가 되는 청장년층이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철저히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에서 계속 경고 사인이 나왔는데도 알아듣지 못하니 이번 총선에서 또 철퇴를 친 것입니다.
  
  그럼 왜 젊은이들은 보수, 그리고 보수를 대표한다는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그토록 싫어할까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젊은이들이 보기에 우리나라에서 보수란 그저 자신이 소유한 기득권을 붙들고 자신들만 누리는 세력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보수 세력은 이 나라를 일으키고 선진화시킨 주역으로서 공로를 인정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수로서의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 사회에 대한 책임과 헌신이라는 보수의 덕목에 충실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쥬라고 하는 가진 자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요.
  
  미국의 파워엘리트나 부자들처럼 솔선수범해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이들을 위해 자신이 쌓은 부를 기부하는 사회적 공헌에 인색합니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가진 자, 성공한 자를 존경하지 않고 증오합니다.
  
  둘째, 보수하면 떠오르는 게 ‘꼰대’ 이미지라는 것입니다. 꼰대란 젊은이들이 손위의 어른을 비하하는 표현입니다. 그들이 정의하는 꼰대란 자신의 생각이나 삶의 방식이 옳다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상대의 처지나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훈계하고 충고하고 바로잡으려는 사람을 말합니다.
  
  꼰대의 본질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공감능력의 부재입니다. 논어에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싫다고 느끼는 짓을 남에게 하지 마라는 뜻입니다. 내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리고 내 모습이 상대에게 어떻게 비칠까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꼰대입니다.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관련 발언은 그 말이 사실이냐 아니냐, 막말이냐 아니냐, 제명 처분이 합당하냐 아니냐에 문제의 본질이 있는 게 아닙니다. 내가 만약 차명진 후보가 말한 세월호 유족의 쓰리섬 일탈을 나의 아들이나 며느리, 손자들에게 들려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젊은이들이 그런 말을 입에 담는 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이건 품격의 문제 아닙니까? 그리고 일부 몰지각한 사람의 일탈을 폭로함으로써 세월호 전체 유족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대해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 그 문제를 가지고 틀린 말이 아닌데 왜 제명을 하느냐 하고 차명진 후보를 억울하게 희생당한 피해자로 몰아가니 젊은이들은 저 동네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야 하고 외면하는 겁니다.
  
  젊은이들을 너무 어리석게 평가하지 마십시오. 훈계하고 가르쳐서 바로잡으려 하기보다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나의 경험과 경륜이 그들이 살아가는데 실제적인 도움이 되도록 격려해줘야 그들의 입에서 보수는 꼰대라는 소리가 사라지고 마음을 열 겁니다.
  
  이 두 가지를 못 깨달으면 다음 대선에서도 젊은이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여 지금과 같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것입니다. 선거에서 참패하여 잠 못 이루는 밤에 외람되게 한 말씀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