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표정
  
  
  4월 18일, 조갑제 닷컴, 洪準杓 前 새누리당(미래통합당) 대표가 쓴 “분탕질 쳤던 사람들이 나의 복당 문제를 운운…” 글을 읽었다. 한숨이 나온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그를 후원했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다.
  
  글은 마음의 거울이다. 그래 거기에는 필자의 자화상(自畵像)이 비친다. 그 상(像)에 그의 심상(心象)이 맺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고 나온 글이다. 사실상 야권 대선주자들이 줄줄이 낙방(落榜), 그야말로 통합당 대선 군이 사실상 붕괴했는데 나온 글이다. 그가 자연스레 대선 후보로 기대되는 시점에서다. 많은 유권자가 보지 않겠는가? 그중에서도 보수 유권자가 대다수 아닐까? 필자도 그중 하나다.
  
  글은 오래오래 남는다. 두고두고 읽힌다. 여기저기 옮겨진다. 그의 이번 글에는 ‘무례’, ‘불쾌’, ‘공중분해’, ‘뜨내기’, ‘농간’, ‘배신’, ‘분탕질’ 등 아무런 선입견 없이 읽는 독자에게도 사실상 ‘불유쾌한’ 느낌을 주는 말이 많다. 하물며 洪準杓, 자기변호를 위한 글이요, 향후 이 나라 대통령이 되겠다는 잠정적 대선후보의 글이 아닌가! 누가 봐도 자기의 복당(復黨)을 막지 말라는 엄포요, 개선장군(凱旋將軍)의 위세로 안 보겠는가? ‘어쩌든’ 그가 선택해서 탈당한 일이요, 국민이 보기엔 ‘어쩌든’ 이 한국 정치판에서, 정치역량 소량(小量) 탓으로 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復黨을 그렇게 본인이 직접 강요할 일인가? 그는 이 ‘글’ 끝 마디에 ‘300만 당원과 국민’을 끌어드렸다. 그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정치가가 ‘국민’을 들먹일 때 늘 ‘긴장’한다. 실로 ‘국민’을 위해 설까, 제 이득을 위해 설까가 궁금해서다. 洪 前 대표는 누굴 위해서였나 묻고 싶다.
  
  조갑제닷컴 ‘회원방’에서도 차기 대선후보로서 ‘洪準杓’에 대한 찬반여론이 뜨겁다. 여기는 대개 보수群일 것이다. 거기에 댓글로 올린 필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미래통합당 잠정 차기 대선 후보로서’ 洪 前 대표에 대한 소회(素懷)에 갈음하고 싶다.
  
  (前略)
  
  우선, 제 주변서 洪 전 대표를 좋아하는 분을 그다지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거의 다 제1이 ‘막말’이요, 제2가 ‘빠른 입’이라 합니다. 저는 ‘단정적’이고 ‘직선적’ 어법을 추가하고 싶네요. 제가 더 걱정하는 점입니다. 이는 얼핏 '솔직해' 보이나 정치지도자로서는 부정적이라 섭니다. 늘 제 권력 주변에 정파(政派)를 만들고, 본인도 거기에 말리게 되니까요. 나폴레옹은 집정관이 된 후, 오직 두 마디, “예”거나 “아니오” 뿐이었다 합니다. 이번 ‘수성乙’ 어떤 인터뷰에서 ‘여기 온 건 국회의원 되려고가 아니고 대선 가기 위해서다.’라 한 것도 그렇습니다. ‘빠른 입’이라 봅니다. 유권자라면 그의 뜻을 다 압니다. 달리 표현해야 할 것이었습니다. 이 분이 당선돼 黨에 오면 주변은 금방 대선 지지, 반대자로 나뉠 것입니다. 入黨 전에 못 오게 하려는 사람이 생길 게 뻔합니다. 지도자(권력자)란 심속을 쉽게 보여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지요. 상대가 심속을 알게 하면 금방 이합집산이 생깁니다. 또 ‘네거티브 공세’가 판치는 선거에서 ‘말’이 빌미가 되어 국민을 자주 피곤케 하는 건 정치소량(小量) 탓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분이 저 ‘모래시계’ 검사로서 홍준표가 아닌, 이 나라 국민을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홍준표로 다시 나오신다면 후원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대선 후보군이 거의 전멸된 것도 이유가 되겠지요. 물론 또 다른 이 시대의 영웅이 나온다면 모르겠지만요. 시간이 문제네요.
  
  이 분을 처음 뵌 건, 지난 19대 대선, 관훈토론(동영상)에서입니다. 참으로 식견에 놀란 바가 큽니다. 사회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거침없은 답변에, ‘정치적 상황인식’이 과거 어느 대통령 후보보다 인상적으로 느꼈습니다.
  
  (前略)
  
  저 역시 박근혜 출당(黜黨)은 洪 전 대표의 과오라 봅니다. 최대의 과오라 봅니다. ... 저도 黜黨시킨 이유는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가는 그 '결과'가 중요하다 봅니다. 좋을 땐 다행이나 나쁘면 두고두고 악영향을 미쳐서요. ‘黜黨’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새누리당과 緣이 끊깁니다. 저 33년 구속수감에 대해 왜 새누리당이 침묵했을까요? ‘이명박 대통령’ 구속에도 왜 입을 다물었을까요? 黨 지원의 명분을 상실한 탓입니다. 고작 ‘인간적’ 도움밖에 못 주는데 이걸 公黨이 할 수는 없겠지요. 저들은(여당은) 박근혜를 黜黨시키는 걸 보고 뭘 해도 '구조적으로' 야당이 그냥 방기, 방관할 거라 봤을 겁니다. 그 바람에 이명박 대통령도 덩달아, 고초를 겪게 된 셈이지요. 새누리당이 그녀를 못 돕는 판에, 그를 어찌 돕겠습니까? 洪 대표의 이 정치적 결정은 소탐대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선에 이겼다면 다 묻혔겠지요.
  
  이 文 정권의 ‘정치보복’과 ‘권력 오만’의 노골화는 이런 惡政에 대한 '야당의 방관'이 부채질한 셈이었겠지요. 洪 대표는 ‘탄핵’으로 갈가리 된 당을, 친박은 自肅, 비박은 당겨 대선 유리국면으로 가려던 고심책이라 봤겠지만, 그 ‘탄핵’의 정당성이 무너지고 그녀가 애꿎은 고생을 한다는 걸 알게 되자 국민이 분노한 겁니다. 보수분열도 가속화되었습니다. 자기 당이 낳은 2명 대통령을 저토록 버려두는 데, 국민이 무슨 그 黨에 애정이 있겠습니까? 이번 야당 패배에 한 요인이 되었다고 봅니다. 저는 이게 다 洪 대표의 黜黨결정과 무관하지 않다 봅니다. 새누리당은 자승자박한 꼴이 됐고, 洪 대표는 그 ‘결정’을 한 셈입니다. 그래 ‘역사적 책임’이 있다 봅니다.
  
  그가 국민 앞에 이를 인정하고 사죄하고, 재정립해 대선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는 끝내 당선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좌파는 그냥 안 놔둘 겁니다. 이번 총선처럼, 끝내 대선 선동선전 책략에 이 틈새를 이용할 것입니다. 보수 민심은 흩어질 거고요. 이번 총선에 던진 與黨 표심은 고스란히 與黨에 ‘평행이동’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