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통당 전 대표가 개표 당일 당대표 사퇴를 발표하고 사라졌다. 그가 사퇴를 발표한 시점은 개표가 완전히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총선 참패가 거의 사실상 확정되자 서둘러 사퇴를 발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가 사퇴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수습 방안은 마련해 놓고 그만두는 것이 최선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황교안 전 대표의 행적을 보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행적과 유사하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언어가 없다. 이미 신문 쪼가리에 났던 기사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이다. 겁이 많아서 무슨 공격이 들어오면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집안 식구들만 희생시킨다. 황교안의 경우 김대호 차명진 경우가 그 대표적인 실례다. 스스로 이슈를 창출하고 여론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피동적이고 주어진 현상을 관리하는 정도의 인물들이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한때 보수 우익 진영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상당 기간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었고,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참석 했을 때 2시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하여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기사로 인하여 박 전 대통령이 그를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기사들이 많았다. 탄핵 과정과 탄핵 이후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기 전까지 보수 우익 진영의 지도자로서 가장 뚜렸하게 떠오른 인물이 바로 반기문이었다.
  
  새누리당이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졌을 때, 그가 어느 정당을 선택하는냐의 문제는 보수 우익 진영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그는 새누리당도 선택하지 않았고 김무성 유승민계의 정당을 선택하지도 않는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였다. 독자적인 정당으로 출발하여 양쪽을 모두 흡수하려는 전략을 구사했는지 모르지만 몇몇 측근들을 중심으로 정당을 만들려고 추진하다가 야당의 공격이 시작되자 하루 아침에 사표를 내고 잠수해 버렸다. 바로 황교안의 이번 행적과 유사하다.
  
  우리는 보통 공무원이나 성공한 회사원들을 높게 평가하고 정치가들을 마치 사기꾼 수준으로 평가 절하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지내 놓고 보면 정치도 하나의 전문 분야이며 아무나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기문과 황교안을 통하여 배우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끝나고 국무총리로서 끝내야 할 인물들을 불러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소인배 정치인들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이슈와 정책을 창출하고 국민들의 의사를 형성하는 능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능력도 안되는, 이미지만 그럴 듯한 사람들을 데려다 망가뜨려 놓는 것이다.
  
  황교안만 세모가 아니다. 반기문도 세모였지 않나, 그들은 정권이 바뀌든 누가 쿠데타를 하든 야당이 정권을 잡든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든 일단 복종을 하며 눈치를 보고 자기 관리만 해오던 사람들이 아닌가. 다시는 이런 사람들을 불러내 우익 자유 진영의 혼란을 증폭시키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