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을 고쳐야 다음에 이긴다=
  
  1. 미신의 신봉, 과학의 무시
  요번 선거 전에 몇몇 유튜버들이 소위 명리학자라는 점성가를 출연시켜 우파가 최소 170석 이상을 얻는다는 둥 법석을 떨었다. 어떤 주장이든 합리적이려면 체계적 근거와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통계는 수학, 수학은 과학과 연결된다. 통계 샘플의 추출이 엉터리다 비난만 했지, 자기들이 과학적 방법으로 직접 해 볼 생각은 않고 비난만 일삼고 그 비난의 근거로 무속까지 동원했다. 그러니 필패할 수밖에…
  
  2. 투혼의 부족
  기득권에 오래 안주한 사람들, 자기의 피와 땀에 의하지 않고 부모 덕, 혹은 선배 덕에 행운을 얻은 사람들, 시험 한번 잘 쳐서 성공한 사람들은 결정적 순간에 망설인다. 혹시 다 잃지 않을까, 그보다는 반이라도 살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과감한 행동을 거부한다. 요번에 황교안, 김종인이 이렇게 하다가 막판에 결정적 한방을 날리지 않고, 도로 아군 장수 징계를 하느니 않느니 하자 유권자들의 민심이 획 돌았다. “이것들이 공천 파동으로 감투싸움하더니 아직 정신을 덜 차렸구나, 맛 좀 봐라” 하고 돌아서버린 것이다.
  
  3. 우유부단
  문신들, 붓으로 출세한 사람들, 눈물 젖은 밥상을 대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우유부단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군인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이승만은 군인은 아니었지만 인생에서 수많은 고비를 넘긴 사람이다. 그래서 우유부단하지 않았다. 해방 정국에서의 정부수립, 전쟁 지휘, 그리고 반공포로 석방, 자기 지지기반 세력을 무시한 과감한 농지정책, 하야 등에서 그는 절대로 우유부단은커녕, 반대로 과감한 결단을 내려 성공했다.
  
  4. 적당주의
  문제가 생겼음을 안 후에는 사태의 본질을 캐려 하지 않고, 미봉책에 그친다. 어정쩡한 타협을 하여 후일에 더 큰 불씨를 만든다. 광우병 소동으로 좌파들이 폭동을 일으켰을 때, 이명박이 정면 승부를 걸고, 범인들을 색출, 엄벌에 처했더라면 오늘날 문재인 정권은 탄생도 않았을 것이다. 이걸 운동권 노래를 부르며 MB 자신도 한때 운동권이었다며 좌파에 아양을 떠니 좌파들이 기고만장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대통합이라 거창한 이름을 내걸었지만 유권자들의 눈에는 빛 좋은 개살구, 포용이라는 허울의 빈 껍데기로 보인 것이다. 당 혁신이라면 그저 중도를 포용해야 한다느니 하며 구두 신은 채 발을 긁는 시늉만 한다.
  
  5. 의리 부재
  좌파들은 이념으로 뭉쳤기에 의리가 있다. 동료를 배신하기에 주저한다. 우파는 이익으로 뭉쳐져, 자기 이익에 도움이 되는 듯하면 나서지만 손해 볼 듯하면 안 나선다.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밥 먹듯이 한다.
  
  6. 과대 망상
  적을 과소 평가하고 자기는 대단한 존재인 줄 착각한다. 일류 대학 나오고 사법시험, 행정시험 합격하는 것, 사실 별거 아니다. 암기력 좋고 집중하면 합격된다. 대학교수, 박사란 신분도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이들이 보수의 주류를 이룬다. 이들은 창의적 사고가 부족하다. 관료직이나 강단에서는 잘하지만 실전에서는 헤맨다. 반대로 잘못되면 전부 남 탓으로 돌리고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 한다.
  
  7. 멸공봉사(滅公奉私)
  옛날의 보수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임했는데, 요즈음의 보수들은 거꾸로 자기 이익이 먼저고 국가를 위한 일, 공적인 일은 최 후순위로 두는 것 같다. 말하자면 보수 편이 되어 그 열매를 따먹는 일에는 열심이지만 그걸 얻기 위해 싸우는 데는 맨 뒷줄에 선다.
  
  8. 질투심
  남 잘되는 건 못 본다. 그래서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다. 보수가 후계자를 기르는 데 소홀히 않았더라면, 집권 즉시 당내 2인자를 키우는 데 과감했더라면 오늘날 같이 좌파 세상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9 거저 먹으려 한다.
  과거에 보수가 이룬 영광의 뒤에는 지도자들이 얼마나 피와 눈물과 땀을 희생해야 했는지 알려 하지 않는다. 이것을 자라는 세대에게 알리려 하지 않고, 그저 곱게만 키우려 하고, 남의 자식이야 어찌되든 내 자식은 고생 안 시키고 키워, 좋은 학교 보내고, 좋은 직장 얻게 하고, 장가 시집 잘 보내는 것에만 몰두하다 보니, 2세대가 허약체질이 된 것이다.
  
  10. 잔머리만 굴린다.
  보수는 잔머리 굴리는 데는 능하다. 결정을 내릴 때, 이 결정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우선 달콤하지만 나중엔 독이 되지 않을까? 뒷날 두고두고 역사의 오점으로 남지 않을까, 이걸 생각해야 하는데, 우선 눈 앞의 장애만 비켜 나갈 생각을 한다. 이번 선거 참패를 당하고도, 장차 여하히 국가를 살릴 수 있을까 심각한 고민을 하는 모습은 없고, 다가올 전당대회에서 어떻게 하면 내 위치가 흔들리지 않을까, 어느 쪽에 붙어야 살아남을까만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