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제정되어 현재까지 33년간 유지된 6공 헌법에는 대통령의 임기나 중임 관련해서 개헌이 이루어지면 개헌안 발의 당시의 현직 대통령은 임기 연장이나 중임을 할 수 없다는 부칙이 있다. 일반인은 이게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적으로 현직 대통령이 임기 연장이나 중임을 할 수 없도록 압박하는 역할은 있지만, 이 조항 자체가 새로운 개헌안에 대해 구속력은 없다.
  
  다시 말하면 개헌안을 어떻게 만들고, 그 개헌안의 부칙에 어떤 조항을 넣느냐에 따라 6공 헌법을 개헌한 새로운 헌법에 의해 지금 현재의 대통령이 또 다시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더 이상 대통령을 못할 수도 있고, 다양한 경우가 모두 가능하다. 즉, 개헌안을 만드는 대로 다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와서 떨어진 뒤 그 다음 선거에 그 당의 대통령 후보로 재추대되는 것을 미국 메이저 정당인 공화당에서든 민주당에서든 40년간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같다. 현직 대통령이 연임을 위해 나와서 떨어지면 자동으로 영원히 대통령을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미국 대통령은 연임의 경우에만 대통령 한번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 여당이든 메이저 야당이든 대통령을 못해 본 정치인이 대통령 후보까지 되었는데 대통령에 당선 안되면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어서 한 사람의 독주를 막는 게 미국 메이저 정당인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정치 에티켓 같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상대로 패한 민주당의 힐러리가 이번에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다시 안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 같다. 한국을 보자. 이회창은 대선에 메이저 야당 후보로 두번 나와서 두번 다 떨어졌다. 긴 기간 동안 제왕적 야당 총재란 말을 들었다. 그리고 원내 3당의 대선 후보로 나중에 한번 더 나왔다. 문재인은 메이저 야당 후보로 대선에 나와서 떨어진 뒤 재수하여 대통령이 되었다. 이회창이나 문재인은 미국 같으면 정치 관행상 애당초 메이저 야당 후보로 대선에 두 번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야 후진이 양성되는 정치 풍토도 조성된다.
  
  우리나라 제헌 헌법처럼 대통령 임기 4년에 한번 중임제가 되면, 문재인 같은 사람이 현직 대통령인데 연이은 대선에 나와서 떨어졌다. 그런데 계속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그 당을 장악하다가 다다음 대선에서는 다시 대통령이 되었다. 그렇다면 한 명의 정치가가 12년 동안 한 정당에 대해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같은 정치 선진국은 대통령은 연임의 경우만 8년 쭉 대통령을 하는 것이고, 연이은 두 번째 대선에서 낙선하면 그 이후 평생 대통령 못하도록 규정되어서 한 명이 한 정당을 장기 집권하지 못하는 게 관행적으로 확립된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여당발 개헌 이야기가 나온다. 열세인 우파 입장에서는 6공 헌법을 한 글자도 개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단임제를 지킬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면 한국의 정치 선진화를 위해서 대통령 4년 중임제보다는 그나마 대통령 4년 연임제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