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경심측의 전략은 대략 진화론을 공격하는 창조과학의 입장과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즉 온갖 궤변과 억지로 공소사실의 세세한 부분을 물고늘어지는 것이었죠. 일종의 교란 작전인데, 재판장이 현명하게 변호인단의 꼼수에 말려들지 않았습니다. '그럼 도대체 표창장을 어떻게 받았다는 얘긴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한 겁니다. 이 한 수로 초장에 대마가 잡힌 거죠.
  
  그동안 정경심측은 공소 내용의 디테일을 물고늘어지는 '소극적' 전략을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재판장의 한 마디로 판이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이제 자신이 그 표창장을 어떻게 받았는지 '적극적'으로 구성해 해명해야 할 처지가 된 거죠. 이건 남이 하는 말에 트집을 잡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과제입니다. 없었던 사실을 마치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꾸며내야 하거든요.
  
  그 답변서 작성하는 동안 아마 소설가보다 더 큰 '창작의 고뇌'에 시달렸을 겁니다. 소설은 허구라서 그 안에서 내적 개연성만 갖추면 되지만, 법정에 제출하는 답변서는 허구여서는 안 되기에 내적 개연성만이 아니라, 외적 현실과 매칭이 되어야 하거든요. 즉, 답변서 안의 그 스토리가 절대로 답변서 밖의 현실에 존재하는 증거 혹은 사실들과 모순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부랴부랴 내적 개연성과 외적 대응성을 동시에 갖춰 시나리오를 쓰려다 보니, 과거에 자신이 했던 발언, 그동안 법정에서 해왔던 발언과의 정합성까지 갖출 수는 없었던 거죠. 아마 신이 세상을 창조한 것보다 더 힘들었을 겁니다. 신이야 그냥 무에서 세상을 했지만, 정 교수는 이미 존재하는 세상에, 그것과 모순되는 또다른 세상을 만들어 끼워맞춰 넣어야 하거든요.
  
  이제 정 교수는 표창장을 받아다 줬다는 그 직원이 누군지 밝혀야 할 겁니다. 그 직원이 정 교수를 위해 위증을 해줄 리는 없겠죠. 직인이 인주로 찍혔는지, 프린터로 인쇄됐는지도 명확히 밝혀야 하고, PC에서 왜 아들 수료증에서 오려낸 직인 파일이 나왔는지, 설명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그 전엔 총장의 위임으로 자기 전결로 발급했다고 거짓말했는지 해명해야 할 겁니다.
  
  손바닥으로 어디 하늘이 가려지겠습니까? 한번 거짓말을 하면, 들통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합니다. 그 거짓말 역시 또다른 거짓말을 낳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세계 전체를 날조해야 할 처지에 빠지게 되죠. 문제는 이런 태도가 정 교수 본인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데에 있습니다. 혐의를 부인하고 반성을 거부하는 게 양형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테니까요.
  
  이 문제를 계속 정치화해야 본인에게 좋을 거 하나 없습니다. 그럴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 뿐입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가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그동안 거짓말을 해온 데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방식이라고 봅니다. 그게 본인에게도 좋고, 사회를 위해서도 좋고, 거꺼이 그 거짓말에 속아준 지지자들에게도 좋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