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씨가 당 대표를 할 때였다. 정치인이 되고 싶은 한 사람이 사석에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죽으나 사나 박근혜 치마꼬리만 잡고 살 거예요. 성공하는 길은 그것밖에 없어요.”
  
  영리한 선거 전략 같았다. 그 다음부터 텔레비전에서 박근혜가 움직이는 장면이 나올 때면 순간 근처에 그의 얼굴이 살짝 비쳤다. 그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평소 텔레비전 방송국의 카메라맨을 밥도 사주고 잘 사귀어 두어야 해요. 그러면 박근혜를 촬영하는 순간 뒤에 서성거리는 내 모습을 잡아주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일반인들의 인식에 내가 박근혜 맨으로 보이는 거죠.”
  
  그는 특별히 많은 재산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학력이나 경력도 없었다. 다만 정치판의 밑바닥에서 구르면서 많은 걸 몸으로 터득하고 있었다. 그는 공천을 받고 출마했다. 그는 별로 연설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거 차량에 박근혜의 연설 테이프를 대신 틀어놓았다고 했다. 그가 당선이 됐다. 그 후로 이따금 신문에서 그가 호방하게 웃는 사진을 봤다. 그리고 그가 갑자기 대사급이 된 뉴스를 보기도 했다. 그는 참 영리한 사람 같았다.
  
   변호사 생활을 오래 하면서 도박판의 ‘타짜’ 같은 영리한 사람들을 본다. 자칭 부동산업계의 최고라는 꾼이 이런 자랑을 했다.
  
  “부동산꾼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낚시 밑밥을 많이 깔아둬야 해요. 그래야 용도변경도 금세 되고 몇 백억의 자금도 끌어들이죠. 얼마 전 마사회 돈 이백 억을 끌어들였어요. 사업은 절대 내 돈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그 돈으로 분당에 땅을 사서 상가를 짓고 번개처럼 분양을 해서 넉 달 만에 끝을 내야 하는 작업이에요. 시간을 끌면 벌써 실패하는 겁니다. 그리고 정권 초에는 조심해야 해요. 사정작업이 들어올 수 있으니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밑밥을 먹은 자치단체장들이 내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죠. 내가 던진 낚시에 아가미가 꿰어 있으니까 말이에요. 저는 부동산업계 언더에서 뛰는 꾼인데 증권 분야에는 또 나 같은 놈이 있죠.”
  
  뇌물로 모든 걸 움직인다는 말이었다. 기업 인수와 주권시세를 조작하는데 선수로 알려진 인물이 있었다. 그는 많은 기업을 인수해 신흥재벌반열의 회장으로 이름을 내기도 했다. 그가 게이트 사건의 주역으로 신문의 일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구치소의 복도에서 그를 우연히 만났다. 그가 나를 끌고 면회실의 작은 방으로 가더니 이런 말을 했다.
  
  “제가 부자 되는 방법을 가르쳐줄게요. 기업 인수도 알고 보면 간단해요. 배우지 않을래요? 남한테 절대로 함부로 전수하지 않는 건데.”
  
  그의 비상한 머리에 넘어가 증권을 사고파는 교도관들이 생기고 있었다. 세상을 너무 영리하게만 살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사물을 보는 시각이 너무 작고 가볍다는 것이다. 얕은 꾀와 잔재주가 그들 삶의 방식의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하나님의 연자 맷돌은 천천히 돌지만 곱게 빻는 것 같다. 그들은 천천히 그 맷돌 밑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영리한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고 관직에서도 물러났다. 사람들의 턱없는 대접 속에 가득 부풀었던 자만심을 어떻게 처리하며 살지 궁금했다. 바람 빠진 풍선의 모습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은 것 같다. 법의 그물망도 천천히 조여들기 마련이다. 법망에 한 번도 안 걸렸다고 자랑을 하던 증권조작의 귀재인 회장도 세월이 가니까 감옥을 집같이 자주 드나드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얕은 꾀와 잔재주에 능란한 사람들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을 미련하다고 비웃는다. 돈이 없고 지위가 낮다고 깔보기도 한다. 그런데 영리하다고 자랑하는 그들의 마지막 종착역은 변기가 놓인 한 평짜리 감옥의 독방인 걸 목격하곤 한다. 그들이 잠시 가졌던 돈은 숫자에 불과했다.
  
  가난한 집 깨어진 창문을 통해서도 아름다운 저녁노을은 들어온다. 정직하고 성실한 땀을 흘려 번 돈이야 말고 가장 값지고 가치 있는 진짜 돈이라는 생각이다. 얕은 꾀와 잔재주로 가득 찬 영리함은 미련한 것보다도 훨씬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