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수도 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망설여 왔다.
  
  그러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판단은 화자話者가 아니라 청자聽者,
  듣는 이의 몫이니 고백하건대…
  
  위안부 할머니가 매달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받는 돈이
  350만원이라는 보도에
  나는 머리가 띵했다.
  아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비슷한 연령대,
  비슷한 생존자의
  탈북 국군포로 어르신들은
  개인적 차이는 있지만
  한달에 최대 150만원 뿐이다.
  어떤 분은 달랑 몇 십 만 원이 다다.
  
  갈 곳이 없어 여기저기
  얹혀 사시는 분들도 계시고
  가족 간에 경제 문제로
  눈물짓는 분들도 여러 분이다.
  심지어는 가출도 하신다.
  
  몇 년 전, 물망초가
  생활비를 보조해 드리기 전까지
  나이 80이 넘어, 다친 허리로
  휴지를 주워 사시기도 하셨고
  추운 겨울, 세차장 일을 하며 사셨다.
  
  이 어르신들은 자신들이
  북에서 겪은 온갖 일들을
  우리 국민에게 말하고 싶다고,
  
  그러면 이 사람들이 절대로
  좌경화될 수가 없을 거라며
  수도 없이 원을 하시는데
  정부가 애써 가로막는다.
  
  탈북해 오신 국군포로
  어르신들은 이 땅의 투명인간들이다.
  
  물망초가 국군포로 행사를 해도
  언론보도도 못 하게 한다.
  심지어 보도가 된 기사도
  인터넷 판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러니 이제는 언론이 아예
  취재하러 오지도 않는다.
  
  심지어 돌아가셔도 쉬쉬, 내가
  언론에 알려도 부고난에도 안 난다.
  
  반면에 위안부 할머니들은
  살아서도 영웅이요
  돌아가시면 대통령도 찾아가 넙죽,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 큰 절을 한다.
  
  언론은 대서 특필하고
  윤미향은 쉼터 소장 명의로
  조의금을 긁어 모은다.
  몇 억이 순식간에 모인다.
  
  이런 엄청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위안부로 끌려갔든
  자발적으로 갔든
  어쨌든 힘든 세월,
  치욕의 시간을 사신 분들임을
  나는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위안부 문제를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증언하고 어디든 뛰어다니신
  그분들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 국군포로 어르신들의 삶은
  왜 이렇게 곤궁하고, 신산하고
  사람들한테 공개되지도 못 하는
  투명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나와 윤미향의 능력 차이,
  뼈저리게 인정한다.
  펀드 레이징 능력이
  난 턱없이 부족하다.
  
  쓸 데 없이 투명하고
  쓸 데 없이 법을 따지고
  낯이 두껍지도 못한 점,
  솔직히 인정하고 그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들,
  그리고 학자들과 언론, 국민은
  국군포로 문제에 왜 관심이 없을까?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화에는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치면서
  왜 보수들조차 국군포로 문제에는
  눈물도, 공감도, 분노도 하지 않을까?
  
  나는 요즘 어르신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한없이 작아지는 내 모습에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 우울하다.
  
  탈북해 오신 국군포로 어르신,
  90이 넘으신, 바싹 마른 그 분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도
  나는 아직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명예의 집,
  요양원을 짓는 것이
  내 유일한 소원이었건만
  80분 가운데 겨우 23분 남으셨다.
  
  북에는 200여분이 아직도
  아오지 탄광지역에 생존해 계시고…
  
  한 달이 넘은 대상포진이
  도통 나을 생각도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