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도 고무신 거꾸로 신으면 남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만큼 우리네의 이별문화를 잘 표현한 말도 드물 것이다.
  
  김제시 의회 남녀 의원이 “죽을 만큼 사랑하고,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죽어서도 사랑하겠다.”는 연서를 주고받는 연애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김제시 의회 회의 도중에 대판 싸우고,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가서 “너, 나랑 간통 저질렀지.” 하는 웃지 못할 폭로가 있었다고 한다.
  
  “죽을 만큼 사랑하고,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죽어서도 사랑하겠다.” 이 문장만으로 판단컨대 저 두 사람은 문학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저 연서만으로는 춘향이의 사랑. 줄리엣의 사랑, 심슨 부인의 사랑, 하다 못해 차탈레이 부인의 사랑보다 더 절실한 사랑을 했다, 그랬으니만큼 성숙한 모습으로 작별해야 할 텐데 도리어 머리채를 끄집어 뜯고 싸웠다.
  
  우리네는 로맨스든 불륜이든 좋을 동안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사랑한다. 그러다가도 막상 헤어질 때는 서로 철천지 원수가 돼 버린다. 남녀노소 불문. 안 그러는 이가 드물다, 왜 그럴까? 이별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연애든 불륜이든 한때 정을 주고 받았다면 그것을 마음의 보석으로 잘 간직해 둘 일이다. 애틋한 추억이 떠오르면 한번씩 끄집어 내어 다시 곱게 닦아 영혼 깊숙이 잘 간수해 두면 좋다, 그러나 우리는 헤어지는 날 당일로 때려 부수어 버린다, 이보다 심한 자기 부정이 어디 또 있으랴.
  
  다음은 김연아 선수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와 서양의 이별문화가 다르다는 말을 하기 위해 비교하는 것일 뿐이다. 김연아 선수도 헤어짐에 있어서는 역시 한국인이었다, 그는 코치와의 불화가 있자 코치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코치는 “함께 했던 지난 시절이 참 행복했다 보고 싶을 거다.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하고 떠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이라면 싸우든 안 싸우든 영영 안 보게 된다,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작별인사나 나누고 헤어지는 게 인격에 득이 되지 않을까? 이젠 우리에게도 이별문화가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