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를 국부라고 칭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늘려가겠다는
  전대협 의장 출신 이인영.
  
  일명 통일부 장관 후보자인 그에게
  최근 내가 마친,
  오래된 숙제,
  그러나 그 숙제를 마친 내 가슴에
  큰 돌덩이 하나를 더 얹어야 했던
  북조선 얘기를 하나 해야겠다.
  
  물망초엔 주인을 못 찾아
  오랫동안 사무실 안에 간직해온
  초상화가 한 점 있었다.
  조창호 소위에 이어
  두 번째로 탈북해오신
  국군포로 어르신의 초상화다.
  여고생들이 수채화로 그려 다소
  서툴지만 매우 특별한 초상화를
  생존해 계신 분들께는 직접,
  돌아가신 분들은 유족에게 다
  돌려드렸고 다들 감동하셨었는데
  유독 한 분만 유족을 찾을 수 없어
  물망초 사무실에 모셔져 있었다.
  
  국방부는 '개인정보' 운운하며
  그 어떤 유족 정보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일까, 운명일까?
  그 유족, 아니 그 어르신과는
  뗄레야 뗄 수 없이
  직결되는 분한테서 우연히
  그 유족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그 분의 따님을 그제,
  화요일 저녁에 만날 수 있었다.
  
  그분과 그 유족의
  운명같은 만남은 먼 훗날,
  시절이 좋아지면
  세상에 알리고 싶고,
  알려야 할 일이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상황이니
  생략할 수밖에 없어 각설하고,
  
  그 유족인 두 딸은 물망초와
  너무나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
  국방부가 결코 모를 수 없는 곳에서
  두 자매는 일도 하고 있었다. ㅠ
  식사를 하며 들은 이야기.
  어르신의 왼쪽 눈은
  아오지탄광에서 탄을 캘 때
  막장이 폭발하며
  석탄 덩어리가 눈에 박혀 실명했고,
  어르신은 의안도 없이
  한평생을 그렇게 사셨단다. ㅠ
  
  그럼 두 딸은 어떻게 살았냐구?
  43호라 불리는 국군포로 딸들이니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대학은
  언감생심인 거야 하늘도 알고
  땅도 다 아는 공지의 사실이지만,
  큰딸은 아버지가 한쪽 눈으로
  깊고 좁은 막장에서 석탄을 캐면
  그 탄을 밖으로 운반하는 일을 했고
  작은딸은
  아버지와 언니가 일하는 막장 안에
  끊임없이 고이는 물을 밖으로
  쉴새없이 퍼내는 일을 했단다.
  
  두 자매는 수시로 말을 멈추고
  한숨 속에 고개만 주억거리며
  손을 가슴에 얹고
  말없음 표…를 내뱉곤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말씀하셨다는
  내용을 두 딸이 거의 동시에 반복했다.
  
  우리보고 아버지가
  "통일되면 경상도 00군 00읍
  00리 00번지를 꼭 찾아가거라,
  거기가 내 고향이고 거기 가면
  일가친척들이 지금도
  살고 있을 것"이라고 하셨단다.
  탈북해 찾아간 그곳엔 정말로
  일가친척들이 대부분 살고 계셨고!
  
  인도적 지원?
  당연히 해야 한다.
  누가 인도적 지원에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인도적 지원은
  무조건 퍼주기가 아니라
  1. 반인도적 범죄 Crimes against
  Humanity를 조장하는 북한의
  온갖 법과 제도부터 철폐하고,
  2.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른 후
  3. 재발방지라는 안전장치가
  국제규범에 따라 확실히 마련,
  장착되는 상황이 조성되면
  4. 지원이 필요한 수요자에게
  지원을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절차의 첫걸음은
  이미 70년 전에 돌아왔어야 할
  국군포로와 전시납북자부터
  속히 송환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평양감옥에 투옥되어 있는
  선교사 6명의 존재조차 모른다니
  그런 자가 어찌
  통일부 장관은커녕
  그 후보자 자리에라도
  앉을 수 있는지...
  
  오늘 하루종일 퍼붓는 이 비와
  소용돌이, 휘몰아치는 이 바람은
  하늘의 징벌, 그 전초가 아닐지…
  사실은 그동안 온갖 불의에
  눈 감고 입 닫아 온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뼈아픈 고백부터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이 밤이,
  이 비가,
  이 바람이
  예사롭지가 않구나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