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장맛비 속을 뚫고 남해기행(南海紀行)에 나섰다. 경상남도 남해군 관음포(觀音浦)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순국유적(殉國遺跡)인 이락사(李落祠)와 대성운해(大星隕海) 비각(碑閣), 첨망대가 있다. 서포 김만중(金萬重), 병산 김난상(金鸞祥) 등 조선시대 선비들의 남해 유배생활과 시문학(詩文學)을 기리는 유배문학관(流配文學館)도 있다. 금산(錦山)의 보리암(菩提庵)등은 남해가 자랑하는 관광자원들이다. 죽방멸치, 유자(柚子), 흑마늘 등의 지역 특산물과 청정해역, 다랑논, ‘독일마을’, ‘원예박물관’ 등 볼거리도 많다. 

첫 방문지는 ‘이락사’와 ‘대성운해’, ‘첨망대’였다. 입구에 세워 놓은 안내문을 따라가며 장군의 유허지를 둘러봤다. 

남해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은 선조31년(1598년) 노량해전에서 충무공이 순국한 곳이다. 임진왜란의 마지막 격전지였던 이곳에서 이충무공은 관음포로 도주하는 왜군을 쫓던 중 적탄(敵彈)을 맞고 순국하였다. 그 이후 관음포 앞바다를 ‘이충무공이 순국한 바다’라는 뜻에서 ‘이락파(李落波)’라고도 한다. 조선조 순조32년(1832년)에 이순신 장군의 8세손인 통제사 이항권이 왕명에 따라 충무공 이순신의 충의(忠義)와 공적을 기록한 유허비(遺墟碑)를 세웠다. 

 유허비(忠武 李公純臣 遺墟碑)는 홍문관 대제학 홍석주가 짓고 예문관 제학 이익회가 썼다. 해방후 1950년 남해군민 7,000여명이 헌금하여 정원(庭園)과 참배로(參拜路)를 조성했다.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이 ‘이락사(李落祠)’와 ‘대성운해(大星隕海)’라는 현액을 내렸다. 1998년 12월16일 충무공 이순신 순국 400주년을 맞이하여 유언비(遺言碑)를 세우고 주변을 정비하였다. 이 유적은 임진왜란의 명장 이순신의 공로와 충의가 담긴 역사의 공간이다.(안내문 인용) ‘대성운해’는 ‘큰별이 바다에 지다’라는 뜻이다. 충무공은 순국의 마지막 순간에도 “나의 죽음을 알리지말라(戰方急, 愼勿言我死)”는 유언을 남겼다. 임종(臨終)의 순간에도 공(公)이 남긴 우국충정의 높은 유훈(遺訓)을 기리고자 유언(遺言)을 유허비(遺墟碑)에 새겨 천추에 전하고 있다.

이순신장군이 장열하게 순국한 노량해전(露梁海戰)의 전황일지(戰況日誌)는 이렇게 기록으로 남아 있다.

<1598년(음력)
11.18. 22시경: 조명(朝鮮, 明나라) 연합함대, 묘도(猫島) 출발, 명(明)수군(水軍) 노량수로 쪽으로, 조선 수군은 관음포로 향함.

11.18. 24시경: 관음포에서 이충무공 축천기도(祝天祈禱)드림.
“만약이 원수를 섬멸할 수 있다면 죽어도 아무런 근심이 없겠나이다(若殲斯讐,死亦無憾).”

11.19. 2시경: 조명 연합연대 400척과 일본군 300여척과의 접전시작.

11.19. 아침: 혼전(混戰) 중 일본군의 총탄(銃彈)이 이충무공의 왼쪽가슴을 관통. 임종(臨終) 직전 충무공은 “전쟁이 한창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김.

11.19. 12시경: 일본전선(戰船) 200여척 불타고(焚滅, 분멸). 50여척 도주했다.>

 성웅(聖雄) 이순신 장군의 유허지를 돌아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리석고 무능한 백명의 군주(君主)보다도 목숨바쳐 무너져가는 나라를 구해낸 구국(救國)의 영웅(英雄) 한 분의 위업(偉業)이 훨씬 더 소중하고 유방만세(遺芳萬世)의 전형(典型)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느시대에나 미련하고 무능한 지도자는 허세를 부린다. 결국 국정(國政)을 도탄(塗炭)에 빠트리고도 자기 변명의 위선(僞善)에 도취돼 희희닥거리다 사라지는 것임을 역사는 교훈으로 가르치고 있다. 남해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고속도로에는 비는 그쳤으나 짙은 안개가 자욱했다. 시야(視野)가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