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와 인천을 다녀왔습니다. 오랜 장마로 서울시내 여러 곳이 침수되는 등 도로사정이 엉망이라는 얘기를 듣고 전철을 탔습니다.
  
  마침 한강을 건너는데 강을 따라 흐르는 거대한 흙탕 물줄기의 흐름을 보았습니다. 수위가 너무 높아져 아슬아슬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자 우리가 건너는 다리가 물에 떠내려가지않을까 하는 공포감이 엄습해왔습니다. 올림픽 대로와 강북강변도로는 침수되어 차가 다니지 못함에 따라 도로는 텅빈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평소 잔잔히 흐르던 한강의 물이 엄청난 폭우로 인해 어느 순간 세상을 삼킬 듯한 급류로 변하여 무서운 재난을 일으킵니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인간의 역사 속에 나타난 물의 정치사회사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중국의 고전 순자 왕제편에 보면 '군주민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번역하면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 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물은 배를 띄울 수는 있으나, 물은 배를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민심이 천심이니, 백성의 삶과 그들의 마음을 잘 살펴서 선정을 펴라는 얘기입니다.
  
  요즘 문정권은 민심을 역행하는 일을 너무나 대담하게 하고 있습니다.
  87년 민주화 이행 이후 여야간에 쌓았던 의회 내 관행과 법정신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습니다. 즉, 관용과 타협으로 소수자의 의견을 인내있게 듣고 담아내는 과정을 아예 생략하는 등 일방적으로 의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법부와 언론을 완전 장악하여 사법적 판단을 왜곡하고, 건전한 시민사회 여론의 흐름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몇 정권 핵심인사와 언론기관 등이 문정권 수사를 엄정하게 하는 검사장을 쫓아내기 위해 여론을 조작한 징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민의 신성한 재산권은 안중에 없는 듯 가혹한데다 잦은 변경으로 일관성을 상실한 징벌적 조세정책을 태연하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보아 정권차원에서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 드러나면 그 과오를 시인하고, 고치는 것이 도리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만 옳다고 생각하는 오만에다, 내로남불의 행위를 반복하면서도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를 적과 아군처럼 편을 갈라서 싸우다보니 국민화합을 해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국민들은 정권의 잘못이 있어도 '다음에 더 좋은 대안이 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웬만하면 참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되어 인내의 한계, 다시 말해 그 임계점을 넘으면 그때는 참지 않고 여러가지 방식으로 폭발합니다.
  지금 문정권을 움직이는 분들은 '군주민수'를 기억하시고, 정의롭지 못한 데다 먹고 살기도 힘든 현 상황을 직시하시기 바랍니다.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해야 노도같은 민심을 정돈할 수 있는지 잘 헤아리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