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대만 총통이 자신의 트위트에 글을 올렸다.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와 함께 집에서 프로야구 개막 경기를 시청하는 동영상도 같이. 프로야구 개막 당일까지 대만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388명에 불과하여 한국, 일본과는 달리 4월 초에 프로야구를 시작했다.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학교도 3월에 정상 개학했다. 개학 당시 대만의 확진자는 300명을 넘지 않았고 현재까지 무사히 1학기를 마친 상태다. 대만의 확진자 수는 8월 6일 기준으로 확진자 476명, 사망자는 7명에 불과하다. 정상적으로 개학하고 정상적으로 프로야구를 개막했지만, 확진자가 거의 늘지 않은 진정한 방역 모범국이 대만이다.
  
  대만의 코로나 대응을 주관했던 천젠런(陳建仁·69) 전 대만 부총통은 대만의 성공 요인으로 초기의 외국인 입국 제한을 들었다. 초기에 중국인 입국을 차단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대만은 지난 2월 6일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3월 19일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외국인을 대상으로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입국 금지조차 지금까지 하지 않았다.
  
  올해 1월부터 8월 중순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국민이 잘 안다. 5월 중순까지도 개학을 못해 애들이 집에 머물렀던 것은 한 가지 사례고 착한 임대인 운동까지 벌여야 했을 만큼 심각했던 매출감소와 세금 퍼주기로 인한 재정손실 그리고 산업 전반에 걸친 경제적 피해는 아마 환산하기 힘든 수준일 것이다.
  
  이 모든 피해의 1차적 책임은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초기의 외국인, 특히 중국인 입국 제한이 대만 성공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면, 그것을 하지 않은 한국 정부는 결정적 시기를 놓침으로써 국가 경제에 돌이킬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국민에게 장기간에 걸쳐 큰 불편을 초래한 셈이 된다. 근데 왜 문재인 정권은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는가? 사과는 고사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방역모범국 운운하며 축적된 기업인들의 저력에 힘입은 성과를 정권의 공으로 둔갑시키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문재인은 일부 교회에 대하여, ‘국가 방역 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16일 하루 동안만 코로나 확진자가 267명이나 나오니까 그 책임을 돌리기 위한 희생양으로 교회를 지목한 것 같다. 물론 교회가 방역수칙을 어겼다면 잘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문재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까 개인적인 감상으로 좀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비가 쏟아질 때 창문 닫으라고 해도 안 닫고 열어두어 온 집안을 물바다로 만들어 놓은 인간이, 청소할 때 잘 안 도와준다고 역정내는 것처럼 뻔뻔하게 느껴진다. 사랑제일 교회든 신천지 교회이든 그들도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한 피해자들이다. 대만처럼 처음부터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했으면 교회감염도 없었을 것이다.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1차적인 원인제공자가 감히 누구한테 눈을 부라린단 말인가.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지금와서 남 탓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집값 오르는 건 박근혜 탓이고, 남북 화해가 안된 건 볼턴 탓이고,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친일파 탓이고, 이번 장마에 홍수 난 건 이명박 탓이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못하는 것은 교회 탓이고, 그럼 문재인은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냐? 위선의 지존이 문재인이라고 누가 말하던데, 남 탓의 지존도 문재인 아닐까?
  
  4.15 총선 전 어느 분이 TV에 나와 만약 총선에서 야당이 이기면 초기에 중국인 입국 차단을 안한 이유를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하는 걸 들었다. 아쉽게도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는 바람에 코로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국정조사는 불가능해졌다. 그렇다고 그 무능죄가 역사 속에 묻혀지는 건 아니다. 적어도 국민을 향해 ‘용서할 수 없는 행위’ 운운할 만큼 코로나 사태에 관한 한 문재인은 떳떳하지 못하다. 그럴 자격도 없다. 오히려 먼저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다. 어리석은 판단력으로 결정적 시기를 놓쳐 장기간에 걸쳐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과 피해를 안긴 데 대해 문재인 자신이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