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의 목적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영국헌법은 不文律(불문률)로 법체계, 관습, 원리, 제도의 혼합체이고, 명예혁명(1688)이후 왕이 아닌 의회의 주권행사, 마그나카르타(1215)를 위시한 자유, 권리장전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전세계 자유민주헌법의 원조이다. 그러나 주권재민(主權在民)원칙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훨씬 더 진화해 국민 개개인이 주권자임을 명시하고, 법률의 상위규범을 성문(成文)화한 것은 미국헌법(1789)으로, 20세기에 들어서 다수 국가가 그들 헌법의 모델로 삼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200여 년간 헌법을 가정에 상비(常備)해 숙독(熟讀)하고, 때로는 휴대(携帶)하여 토의에 참고하는 것이며 성경처럼 귀중하게 여긴다.

 독립혁명가 토마스 페인이 지적했듯이, 이 헌법은 직접 국민이 제정하는 것으로 정부보다 앞서며, 모든 정부 기구 상위에 군림(君臨)하는 것이다. 미국헌법 기초자(起草者) 중 J Wilson은, ‘도공(陶工)이 특유의 자기를 제작하는 것과 같이 국민이 그들 특유의 헌법을 만들어 대대손손 보존하는 것’이라고 했다.

 18세기 후반 식민지 미국인들은, 대표권이 없는 미국인에게 영국의회가 과세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마그나카르타와 명예혁명 권리장전(權利章典)’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영국의회와 투쟁했다. 그들은 손상되지 않은 자유를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주기를 원했다.

역사적으로 영국인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는 보루가 되어 온 영국의회는 명예혁명(1688)으로 주권을 장악(掌握)하고, 기존원칙과 기본법의 유권(有權))해석 권한을 가지는 최고 보증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결과적으로 영국에서는 헌법이나 정부 구성, 법체계는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고, 위헌 여부는 합법성 여부와 동일시 되었다. 이 점에서 미국인과 영국인의 인식이 확연히 달랐다.

영국은 헌법의 기본원리[마그나카르타, 성경의 계명(誡命) 등]를 뽑아내 의회나 기타 정부기관 상위에 올려놓는 것이 마땅하다고 미국인들은 믿었다.   

“정부는 법의 종(奴婢)이다. 법의 권위가 떨어지면 국가는 쇠망(衰亡)한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법치주의 원조> 

<국민이 헌법을 성문화(成文化)>

보스턴 티파티(tea party)를 주도한 사무엘 아담스(2대 Adams 대통령의 4촌)는 1768년 “모든 자유국가 헌법은 확정적이어야 하며, 이 헌법에 입법기관의 권한과 한계를 정해야 한다” 따라서 “헌법이 정하는 권한의 범위를 벗어나는 의회 입법은 헌법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원칙에 따라 미국 13개 주민(州民)은 각 주(州)의 성문헌법을 제정(1776–1777)했다. 이 성문헌법은 유럽 지식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어 그들도 법률보다 상위의 법규범을 성문화하게 되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주(州)헌법을 주(州)의회가 임의로 폐기하지 못하게 주의회 상위의 기구인 주민(州民) 특별회의(Convention)에서 주헌법을 기초하고, 이것을 주민투표로 비준하도록 함으로써, 주민이 헌법을 제정하고 그 헌법에 따라 의회 등 정부를 구성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

세계 최초의 성문헌법 미국연방(聯邦)헌법도 특별제헌 회의에서 제정(1787)하고 나서 2년간 심사숙고한 주민들의 투표로 비준한 후 1789년에 연방정부가 구성되었다. 이와 같이 특별제헌회의와 주민투표절차를 거치게 한 것은 “헌법은 국민이 직접 제정한 것”이고, 제한적 권한을 위임받아 대리인격인 정부(의회)는 주권자 국민의 뜻을 거역할 수 없다는 대원칙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미국헌법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집대성한 근대 자유민주주의의 모델이 되어 지난 100여 년간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의회는 헌법을 침해할 수 없다>

 “의회가 헌법을 침해하지 못하게 한 것”은 국민의 주권적 권리와 자유를 지켜주는 보루가 되었다. 그 결과 판사들은 연방 및 주의회가 헌법을 저해(沮害)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입법심사권을 가지게 되었다. 

헌법제정(1787) 당시 Iredell 판사는, “‘미국인이 헌법에 특별히 부여한 의미’ 때문에 판사는 무엇이 적절한 법인지를 확정하는 책무(責務)를 지게 된다”고 했다. 즉, 국민이 제정하고 폐기할 수 없는 헌법을 침해하는 의회 입법을 가려내야 한다. 

“미국헌법은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가상적인 것이 아니고, 신의 섭리(攝理)인 자연법을 기록한 것이므로, 국민과 정부 모두가 철저 하게 준수해야만 한다.”

이 주장은 제퍼슨(3대 대통령)이, 의회 보다 상위의 제헌회의가 제정한 헌법은 “영속되어야 하며, 폐기가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견해를 반영하여 존 마샬 최고재판소장은 1803년 판사의 입법심사권을 확정하는 판례를 남겼다. 

100여 년 후부터 유럽 각국을 위시해 세계 다수 국가가 진화한 미국 민주주의 체제를 따르게 되었다.

<국민 대표권>

영국에서는 의회가 가상(假想)적으로 국민을 대표한다(virtual representation)고 믿고, 오랜 기간 극소수 지역(10%)에서만 대표를 선출했다. 실례로 19세기에 대도시인 맨체스터와 버밍엄을 포함해 대다수 지역은 대표선출권이 없었다. 

영국인들과 달리, 미국인들은 ‘대표권은 실질적(actual representation)’이어야 한다고 확신해 자기들 대표의 동의 없이 부과한 인지세(印紙稅; 1775)는 영국의 권리와 정의에 관한 기본원칙, 즉 헌법에 위배되는 폭정이라고 믿고 독립투쟁을 시작했다. 인구비례에 따라 전국민이 대표를 선출하는 ‘실질적 대표권’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리로 확정되었다.

<국민의 공직자 감독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여서 어느 누구도 과신할 수 없으므로, 그들이 선출한 자들을 견제, 감독, 평가, 문책할 권리를 주권자 국민이 확보하는 원리와 합치되는 것이 ‘실질적 대표권’이다. 주기적 선거는 주권자가 감독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므로, 선거부정은 자유민주주의 근본을 파괴하는 범죄이다.

국민의 대표권은 선출된 공직자만의 전유(專有)물이 아니다. 다양한 시민사회와 그 구성원도 국민을 대표할 수 있으므로, 헌법상의 기본권 즉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정부가 훼손할 수 없다.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재산권, 집회와 결사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는 모두 헌법상의 기본권이므로 이를 침해하는 하위의 입법이나 행정조치는 국민주권실현을 방해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위헌책동에 해당된다.

<국제법 준수>

영국 등 다수 유럽국가의 재판소는, 의회의 입법이 국제법 ‘유럽 인권협약’을 침해하면 무효화시킨다. 우리 헌법도 국제법을 우리 법체계의 일부로 수용하고 있으므로 한미 상호방위조약, 한일협정, 유엔헌장과 인권선언, 국제인권법 등 국가안보, 인권, 국제평화를 위한 국제법을 침해하는 국회 입법이나 법원판결은 당연히 무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