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태어나고 얼마 후, 산후조리원에 가 있는 안사람을 대신해
단기 홀애비가 돼버린 아들과 손주 녀석의
뒷바라지를 위해 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다.

그렇게 동고동락한 지 며칠이 지나고
어느 날 밤
볼 일을 보기 위해
집 안 화장실 문을 연 나는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 쳤다​.

화장실 변기 안에 웅크린
엄청난 변 뭉태기를 발견해서인데
그것은 성인인 나의 기준으로 봤을 때도
터무니없는 사이즈와 길이를 자랑했고
변기 안에 비스듬히 자리잡은 모양새나
색깔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더러워지는
그런 악독한 것이었다.​

아주 흉악한 변 덩어리를 봐서 기분을 망쳤지만
‘어머니도 연세가 꽤 되셨지… 이제 이런 걸 다 깜빡하시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코를 막은 채
변기 레버를 눌러 다시는 못 볼 그것을 소멸시켰다.​

그리고 얼마 후
가운데에 아들을 끼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하던 내게 어머니가 물었다.​

“얘. 너 그 똥 봤어?”
“뭔 똥… 아까 그 똥?”
“그려 그 똥.”
“그 똥 왜.”
“그거 이현이가 싼 건데 엄청나게 씨알이가 굵어서
 지 아빠 보여준다고 물 내리지 말라는 거여. 너 그 똥 봤어?”
“이현이 똥이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여.
 그거 그놈 똥 맞어? 내 똥보다 더 크던데.”
“이현이가 싼 거여. 나도 그거 보고 기겁했어.”
“아, 난 엄니 똥인 줄 알았는데 저놈 똥이었구나…”

하고 뒤돌아 눕는데 문득
아까 그렇게 소름까지 돋아내 가며 흘려보낸 그 변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 길이와 굵기가 얼만한지 색깔은 어떤지
변 중간 중간에 잔사물은 어떤 게 얼마나 남아있는지
안 그래도 밥을 잘 못 챙겨줘 변도 잘 못 보는 것 같아
신경 쓰였는데 그런 기가 막힌 천하의 명변을 봤다니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물을 내릴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
그놈의 자식이 뭐길래
똥은 똥인데 같은 똥이 아니란 말인가.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어머니의 똥은
그렇게 잠시도 눈에 담기 싫은데

자식이 뭐라고 그놈의 똥을 두고
색깔과 크기를 논하고
영양과 소화를 따진다는 말인가.
마음이란 놈이 참으로 간사하다.

아들이란 놈은 이제 제 자식봤다고
필요할 때만 전화질이오
다급할 때만 찾아 부르니
같은 똥도 다르게 보는데​

나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각자 다른 모습의 나를 보면서도
똑같이 귀한 아들 대접을 해주시지 않았던가​.

어린 시절, 변기 안에 뉘어 낸 나의 똥을 보시곤
능구렁이여 능구렁이! 라며 박수를 쳐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련하고

지금에 이르러, 같은 똥을 보고도
어이쿠 어머님, 두 형제에 이어
느지막이 용을 낳으셨구료! 라고 추켜세우며
엄지손가락 하나 척하니 올리지 못한,
불효자인 내가 스스로 밉다.

​아무튼 그랬다.
그리고 아들놈의 똥은
급히 내리느라 기억 속에 가물가물하지만
어마어마했다.​
내 똥이었으면 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