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각하.
  진인(塵人) 조은산 선생의 국민청원 ‘시무 7조’가 조정백관(朝廷百官)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뒤 끝이라 건백서(建白書) 같은 국민의 소원(所願) 따위는 관심이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러나 국민청원 시무7조(國民請願 時務7條)에 50여만 명의 국민이 동참하였는데도 아직도 위중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경거망동과 망언을 일삼는 고위관료와 비서실장, 국회의원, 당직자 등 문무백관들이 있음을 안타깝게 여겨 국민의 원성(怨聲)을 몇 줄 건백서로 올리오니 너그러이 존람(尊覽)하시길 바라옵니다.
  
  각하(閣下)는 어찌하여 천지에 진동(振動)하는 고달픈 국민의 신음은 외면하고 권력 앞에 알랑대는 부나비 같은 간신(奸臣)들의 간사한 허언(虛言)만 듣고 그것이 진담(眞談)인 양 국민 앞에 큰소리로 전달하고 계십니까? 참으로 듣기 거북한 옥음(玉音)에 분수(糞水)를 뿌리기가 황송하여 각하의 옥음이 청수(淸水)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상서(上書)함을 가벼운 마음으로 청람(淸覽)하시옵소서.
  
  각하는 사법시험에도 합격하고 승정원(承政院)에서 도승지와 승지도 거치셨고 인권변호사란 그럴듯한 명함(名銜)도 가진 화려한 경력자이시온데 어찌하여 간신들의 아부 놀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나이까? 천하를 손아귀에 넣고 푸른 고대광실(高臺廣室)에서 인품도 정숙하신 어부인(御夫人)과 금슬(琴瑟)도 좋으신데 표독스런 대신과 도승지들의 깨춤만 즐기고 계시는 행차(行次)가 안타까워 보일 뿐입니다.
  
  예부터 군자는 군자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君君臣臣)? 하오나 오늘의 이 나라 형세는 군자도 군자답지 않고 신하도 신하답지 않다는 것이 저잣거리에서 들려 오는 민성(民聲)이온데 각하의 옥이(玉珥)에는 어찌하여 난청(難聽)이십니까? 각하가 통치하는 이 나라는 지금 음흉한 중원 황제 시진핑과 분뇨를 구분하지 못하는 돈왕(豚王)의 불장난에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사온데 한가롭게 간신배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에 희희낙락하고 계실 여유가 없으십니다. 하루빨리 시국의 위중함을 통촉하시어 고통과 불안에 휩싸인 백성부터 구휼하기 위해 솔선 나서시기를 청원하는 바입니다.
  
  첫째 대통령을 대신하여 민의(民意)의 전당인 국회에 출석하여 성실하고 정중하게 국정 현안에 대한 답변해야 할 중신들이 이를 악물고 국회의원들과 말싸움이나 하는 노영민 비서실장, 자식의 휴가 미복귀 관련 얘기만 나오면 싸움닭처럼 목소리를 높이며 기세등등한 추미애 법무부장관, 부동산 얘기만 나오면 현실과 동떨어진 동문서답으로 국민의 분통에 불이나 지르는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각료라고 말하기엔 함량이 크게 떨어지는 자들이 오니 각하의 퇴임 후를 생각해서라도 파직시키는 것이 현명한 어판(御判)일 것일 것입니다.
  
  각하(閣下)께서도 앞뒤를 잘 가려서 어명(御命)을 내리시옵소서. 최근 공공의대 설립문제를 두고 전공의는 물론 의사들과 의과대학 교수들이 결사항전(決死抗戰)하는 엄중한 국면을 가볍게 보지 마시옵소서. 각하는 최근 “의사는 환자 곁에” “의사가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은 군인이 전장을 떠나는 것과 같다”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성실하게 실천하라”며 성인군자같이 점잖게 야단(?)을 치셨습니다. 각하께 아룁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는 의사들을 그 누가 거리로 나오게 했습니까? 누가 인술구원(仁術救援)을 자기 생명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의사들이 분노와 분통을 참지 못하고 가운을 벗어 던지고 거리로 나오게 했습니까? 의사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자가 누구입니까? 일은 각하 휘하의 나졸(羅卒)들이 저질러 놓고 책임은 선량한 의사들에게 덮어씌우는 악독한 범죄형 작태를 엄중히 다스려 주시옵소서. 군자가 나라를 다스리면서 백성을 협박·위협하는 행태는 있을 수 없는 통치행위이오니 앞으로 이 나라, 이 백성들을 겁박하고 책임 전가하는 못난 짓은 하시지 말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그런 포악 통치는 네로 같은 폭군들이 하는 아주 나쁜 수법입니다.
  
  각하, 정치를 잘하는 것은 먼 곳이나 높은 곳에 있지 않습니다. 간신배들의 달콤한 속삭임에도 있지 않습니다. 다만 저잣거리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민초(民草)의 마음에 들게 민정을 두루 살피고 그 민초의 소리를 국정에 제대로 반영시키면 정치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노영민이나 추미애, 김현미 그리고 낙방거사(落榜居士) 조국 같은 측근들이 각하를 위해 목숨 바칠 자들이 아니란 사실을 통촉하시옵기를 간청하나이다.
  
  코로나19, 장마, 폭풍, 폭염, 치솟는 부동산 폭등에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 “영끌” 한다고 헛소리하는 고관대작들이 바로 국민의 적(敵)입니다. 이 나라 이 국민을 허기지게 하고 분노, 분통 터지게 하는 아첨배들을 척결하시옵소서. 자고로 어진 군왕은 백성을 귀히 여기고 포악한 군주는 백성을 얕잡아 본다는 지적이 있음을 명심하시길 바라나이니다.
  
  각하, 임기 5년의 세월도 유수(流水)와 같아 벌써 황혼에 저녁노을이 깔리고 있습니다.노을이 아름다울 뿐 더 머무를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시겠지요. 세칭 달무리 족속들의 폭언과 덮어씌우기 등 난폭한 행동들이 극에 이르러 시대상황은 검은 장막이 내려쳐진 지 오래됐습니다. 혹여 깨달음이 있어 정신을 가다듬으신다면 “가정이 어려우면 어진 아내가 생각나고 나라가 환란에 휩싸이면 현명한 신하가 생각난다(家貧則思良妻 國亂卽思賢臣)”는 선현들의 말씀을 깊이 깊이 음미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면 다행한 일이고 어느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불행한 경우가 되겠지요.
  
  주변에 현명한 신하는 없고 겉으로는 충직한 척 처신하면서 속으로는 탐욕에 가득찬 잡신(雜臣)들만 우글거리고 있음을 한탄하소서. 이들 잡신들을 깨끗이 청소하지 않으면 퇴위하여 낙향하는 길에도 화근의 기생충들이 바글댈 것입니다. 남은 권좌를 잘 지키시어 무탈하게 퇴위하시옵기를 간절히 비나이다. 여불비례(餘不備禮).
  
  
  2020. 9.2. 운하선관(雲下仙館)에서 불초(不肖) 청도인(淸道人) 해봉(海峯) 謹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