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대통령이 '긴급 안보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했다고 청와대가 조금 전 발표했다.
  지금이라도 했다니 다행이지만, 과연 '긴급 회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이 해수부 공무원인 이모 씨가 실종됐다는 첫 서면 보고를 받은 것은 22일 오후 6시30분이다. 그러나 24일 오후 5시 15분,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 이전까지 대통령 주재 NSC 전체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대통령은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그래놓고 지금 와서 '긴급'이란 단어를 붙인다.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둘째, 마지못해 늑장 회의를 열었더라도 발표 내용은 국민 정서를 생각해야 하는 법이다.
  북한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부터 강조하는 것이 국민 정서에 부합하다고 보는 것인가. 인륜파괴적 만행을 저질러놓고 신속하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말인가.
  
  셋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진상 규명을 위한 남북공동 조사와 피해자의 시신 인도를 북한 김정은에게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단, 시신 인도 요구를 위해선 북한이 시신을 불태웠다던 합참의 발표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정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넷째, 보름 전에도 남북 정상 간 친서를 주고 받았다니 지금이야말로 '친서 정치'를 발휘할 때다. 김정은에게 철저한 진상 조사, 시신 인도를 준엄하게 요청해야 한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홍보하던 남북 정상 핫라인이 만약 북한의 통신비용 문제로 일시 중단된 것이라면 우리 국민에게 지급한다던 2만 원씩의 통신지원비를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도 찬성한다는 견해를 미리 밝혀준다.
  
  청와대의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장관 관계 회의'는 여러 모로 석연치 않다. 무엇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의 민간인 총살 사건이 행여라도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는 것인가. 이번 민간인 총살 사건은 남북관계와는 완전히 별도라는 것인가.
  
  안보 장관을 관할하는 국무총리도 회의에서 빠진 것도 이상하고, 수상하다. 한 마디로 긴급 회의라기 보기도 어렵고, 내실있는 실질적인 회의라고 보기도 어렵다. 우리 국민이 먼저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먼저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