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간으로 오늘 새벽,
  프랑스의 상징인 에펠탑에
  불이 나갔다.
  꺼졌다.
  꺼버렸다.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다
  길거리에서 참수당한 사뮈엘 파티
  선생님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계몽주의 철학자들의 산실이었던
  소르본느 대학 구내광장에선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조사를 했다.
  
  '오늘 밤 저는 당신의 아들,
  당신의 형제, 당신의 아버지, 당신의 동료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마크롱은 '사뮈엘은 오늘, 우리
  프랑스의 얼굴이 됐다'고 말했다.
  
  그리곤 프랑스의 상징이자 얼굴인
  에펠탑의 불을 꺼버린 것이다.
  
  그 시간, 파리시민들은
  소르본느대학 밖 생제르망 거리에,
  작은 꽃과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빽빽히, 발 디딜 틈도 없이 모였다.
  
  프랑스 곳곳에선 자기 지역에서
  가장 큰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서,
  
  내가 사뮈엘이다,
  Je suis Samuel
  내가 교사다,
  Je suis professor
  표현의 자유를 위해,
  Pour la Liberte d'Expression 라며
  작은 꽃무덤을 만들고 그를 기렸다.
  
  부럽다.
  정말 부럽다.
  
  프랑스는 지금 코로나 환자가
  엄청나게 늘어나 애를 먹고 있지만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나왔다.
  
  모였다.
  그리고 기렸다.
  희생된 그들의 형제, 아버지, 동료를!
  
  그런데 우리는?
  
  우리 아들, 우리 형제,
  우리 아버지, 우리 동료가
  인민군에 의해 총살되고 소각됐어도
  그 어느 거리에도 꽃 한 송이 없었다.
  
  그 어느 거리에도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다.
  
  'K방역의 성공'으로 확진자가
  두 자리 숫자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안방에서 화만 삼켰다.
  
  국민을 지켜야 할 대통령,
  나라를 지켜야 할 국방부는
  처음부터 월북 운운하며
  정으니한테 감사하기를 종용했고,
  
  유권자들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은
  늘 떠벌리던 입을 꾹 닫아버렸다.
  
  그리고 나라의 주인이라던 우리,
  아니 나 자신은 차벽과 바리케이트,
  만 명이 넘는다는 전국에서 올라온
  경찰을 하루종일 영상으로 보면서
  자조하고 분노하고 체념했을 뿐이다.
  
  내 자신이 부끄럽고 자괴스럽다.
  
  이 나라엔 지도자도 없지만
  자유민주시민도 없다.
  다 죽었다. 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