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화두는 경제민주화다. 그가 '경제민주화'를 외치기 시작한 것은 필자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20여 년은 되었음 직하다. 그는 정작 자신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질문자에 대해 자신의 경제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무안을 준다. 그런 행태가 오랫 동안 지속되다 보니 그가 외치는 경제민주화 개념의 추상성은 속칭 '구라'가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다양한 경제 이론들이 이 지구상에서 실행되었고 그들에 대한 효용성이나 효과, 그리고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그 결과들이 나타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경제 민주화에 대한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어려우면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이론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장단점을 소개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는 마치 자신만의 비장한 이론이라도 있는 듯이 십수 년을 연막을 피운다. 이는 마치 철학자 김용옥이 '기철학' 운운하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비장의 철학 이론이 있는 것처럼 떠든 지가 30여 년이 넘었는데도 기철학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이 발표되지 않는 현상과 유사하다.
  
  서구에서 '경제민주화(Socioeconomic philosophy)'라는 용어는 '사회주의 경제학'을 뜻한다. 그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질문 내용에 대해 분배 문제에 관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면 그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며 질문자의 무지를 탓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주장하는 경제 민주화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것은 그가 좌익 경제 이론가로 저항을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작 그 내용을 발표하면 '겨우 그 정도의 이론을 가지고 그처럼 오랫동안 연막을 피워 왔는가' 하며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환상이 하루 아침에 날아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서구에서 한때 유행하던 socioeconomic theory는 직접적으로 분배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의사 결정 과정을 다루는 것에 대한 사회주의적 관점을 말한다. 이를테면 현재 자유주의 경제 시스템하에서 회사의 의사 결정은 경영자와 주주에 의하여 결정되는 구조다, 그러나 socioeconomic 시스템에서는 의사 결정 주체는 최종적으로 경영자와 주주가 아니라 이해 관계자(stakeholders)들이 되는 형태를 말하는 것이다. 주주 이외의 그 이해 관계자들이란 바로 노동자, 소비자, 일반 대중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민주화라면 현재 한국에서 부분적으로 실행되고 있으며 그것을 강화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노조 대표의 경영참가, 이번에 입법을 하려는 경제 3법중에 일부 사안에 대한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등이 그것들이다. '사외 이사'라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전통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감시 차원에서 설정된 것이다.
  
  김종인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내용중에 분배를 통한 소득 균등, 그리고 영리 법인의 의사 결정 과정의 사회화, 이외에 또 다른 기발한 경제 이론이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시원하게 발표하기 바란다. 서구에서 이미 이론으로 정립되어 있고 부분적인 실험이 있었던 것들 외에 기발한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있다면 하루 빨리 발표하여 '국민의 힘'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추측하건대 김종인에게는 그런 기발한 이론이 없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다. 그가 화성에서 온 사람도 아니고 목성에서 공부한 사람도 아닐진대 무슨 교과서에도 없는기발한 경제 정책 이론을 몇십 년 동안 연막 속에 묵혀 둔단 말인가. 다시 말해서 그가 주장하는 경재민주화는 특별한 내용이 없는 허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