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한 철
  벼 뿌리 밑에서
  진흙탕 속에서 흙탕물 일으키며
  멋대로 놀던 미꾸라지
  이제 가을이 되니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농부들의 손에 잡힌 줄도 모르고
  소쿠리 안에서 발버둥친다.
  소금을 뿌리고 억센 호박잎으로 문질러
  미끄러운 비늘을 벗겨내니
  부끄럽다고 거품을 보글보글 내뿜으며
  죽기살기로 몸부림친다.
  기다리는 건 펄펄 끓는 가마솥뿐인데.
  
  오호 통재라!
  가을 미꾸라지는
  미쳐서 그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마치막 용천지랄을 다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