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연말에 꼭 찾아보고 안아주고 싶은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어제에서야 다녀오게 됐습니다.
  
  지난해 9월, 서해안에서 북한군에 의해 참혹한 죽임을 당한 해수부 공무원을 기억하십니까? 어제 그분의 유가족인 부인과 아드님을 만났습니다. 자식 키우는 부모 된 심정에서 피해자의 고2 아들, 초등 1학년 딸이 눈에 밟히고, 가슴에 얹혀서 그냥 따뜻한 밥 한끼 하면서 힘내서 살자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성인이 되기 전 부모를 잃은 슬픔과 충격은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습니다. 하물며 그런 참담한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들이 받는 충격과 찢어지는 아픔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오죽하면 피해 공무원의 고2 아들이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밝혀 아버지의 명예를 지켜 달라는 호소를 했겠습니까?
  
  하지만 정부는 냉담했습니다.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유가족이 해경, 청와대, 국방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는 모두 거부당했습니다. 사실을 호도하고 은폐했던 자들은 여전히 장관이고 청장입니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한다고, 아버지를 잃은 슬픔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거짓과 왜곡으로 사회적 낙인까지 찍혀 가족들 가슴엔 피멍이 들었다고, 그리고 시련을 딛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아들이 위축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며 울먹이셨습니다.
  
  국가란 대체 왜 존재하는 것인가. 이 정권의 무책임한 행태를 보면서 계속 같은 회의감에 휩싸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고, 또 그렇게 되기까지 몇 시간 동안 우리 군은 이를 알면서도 지켜만 봤습니다. 이게 과연 나라입니까?
  
  그런데 이 정권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의 직무유기에 대해 단 한 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월북 프레임을 뒤집어씌우며 한 가정의 아픔과 고통을 가십거리로 만들어 국가의 치부를 가리는 데 이용했습니다. 국가가 오히려 유가족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습니다. 그리고서 진실을 덮고 시간이 흘러 잊혀지기를 기다렸고, 정말로 몇 달 만에 이 사건은 우리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군 당국이 국민의 죽음을 방치한 것에 대해, 국군 통수권자는 타이핑한 편지 한 장만 보냈을 뿐입니다. 국가에 의해 유가족이 위로받고 치유 받아야 할 시간은, 국가에 의해 명예를 빼앗기고 억장이 무너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국민의 죽음을 지켜만 보고, 북한에, 국제사회에 말 한마디 못하는 국가는 국민의 울타리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입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화도 납니다. 언제까지 이런 일들이 반복돼야 합니까.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는 희생자의 죽음을 애도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무능에 사과하고, 월북몰이로 명예를 짓밟은 데 사과해야 합니다. 책임져야 할 이들에게는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국가가 국민 앞에 잘못했으면 엎드려 용서를 비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게 국가의 책무입니다. 따뜻한 밥 한 끼 나누며 아드님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앞날이 창창한 아이들이 미래를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 꼭 안아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왜 대한민국이 국민의 죽음 앞에서 손 놓고 있었는지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국가, 그런 정치를 꼭 만들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이 약속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꼭,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