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책임자가 학술논문에서 등교수업으로의 방역정책 선회를 주장한 것이 이제야 알려졌습니다. 그동안의 방역결정 과정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4월부터 국내외 학술지에 여러 개 논문을 교신저자(주저자)로 발표해왔습니다. 많은 이들은 어떻게 방역책임자가 학술 논문을 계속 쓸 심적 여유와 시간이 있었을지 의아해했습니다. 사망자가 줄을 잇고 수많은 자영자가 망해나가는 엄중한 상황이었으니 방역 책임자는 그야말로 칼날 위에 선 심정으로 눈코뜰새 없었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화제가 된 논문은 방역정책 결정구조 자체의 결함을 나타내고 있어 차원이 다른 심각성을 갖습니다. 논문의 결론은 ‘다른 나라 사례에서 잘 알려진 바처럼 우리나라도 학교감염 사례가 극소수다. 따라서 학교폐쇄의 이점이 적은 만큼, 등교수업으로 방역의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이들의 교육기회 보장이 어느 정도로 우선시돼야 하는지는 방역정책의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결정사항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 교육으로 인한 교육격차 확대와 학력저하, 부모의 돌봄 부담이 방역효과에 비교해 저울질돼야 하는 무거운 문제입니다.
  
  문제는 이런 핵심 이슈에 대해 우리 국민이 학술논문을 통해 방역책임자의 주장과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접했다는 것입니다. 논문이 10월 말에 접수됐다는 것은 그 훨씬 전에 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작년 하반기에 마땅히 이러한 결과를 공개하며 지혜를 널리 구하고, 등교수업을 확대할지, 안한다면 어떤 우려 때문인지 국민들에게 결정근거를 알리고 이해를 구했어야 합니다.
  
  방역책임자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이런 의견을 내지 않은 채 학술지에다만 주장을 펼쳤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간 학부모들의 걱정과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견이 정책결정 과정에서 무시됐고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간의 방역대책 수립과정에서 등교수업 확대에 대해 정 청장이 어떤 의견을 개진했고, 그것이 어떤 근거에 의해 기각됐는지 당국은 소상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그동안 묵묵히 온라인 수업 방침에 따라온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마땅히 져야 할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