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안전과 교육이 그렇게 가볍습니까?>
  
  지난 22일 이낙연 대표가 등교 중지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정은경 청장의 논문을 거론하며, 등교재개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루 뒤 23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새학기부터 정상 등교 수업 방안을 검토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고 다음날에는 지시를 받은 교육부가 매일 등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학교가 우리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는 이상, 다시 학교를 여는 것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는 근거입니다.
  
  방역책임자가 교신저자(연구의 기획과 조정을 책임지는 주저자)로서 ‘등교중지의 무용성과 등교수업으로의 전환’이란 결론을 제시했으니, 이것에 기반해 등교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일견 자연스럽습니다. 단지 학술지에 발표되는 데 몇달이 걸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작년 가을의 방역 정책과정에서 왜 이런 의견이 널리 논의되지 않았는지가 이상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제 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 청장 본인이 ‘오해가 있다’며 선을 그은 것입니다. 논문에서 관찰한 작년 7월까지와 달리 지금은 지역사회 유행이 대규모로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논문결과를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취지입니다. 등교수업에 대한 그의 명확한 입장표명은 없었습니다만 추측해보자면, 정 청장과 의사소통이 없었거나 그의 의견을 묵살한 채, 여권인사들과 교육부가 등교수업 확대를 줄줄이 주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 아이들 안전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 국민이 추측을 해야만 할까요? 묻습니다. 우리나라 방역정책의 진짜 책임자가 누구입니까? 누구이든, 그분께 묻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등교수업이 안전하다는 건가요 아닌가요?
  
  만약 학부모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잠룡들이 이런 결론으로 급발진했다면 잘못 짚으셨습니다. 학력격차를 걱정하고 돌봄에 지쳤다고 해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안전하지 않은 학교에 보내자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보내도 되는 상황인지 잘 관찰해 다른 어려움과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최선의 판단을 내리자는 것이지요. 최선의 판단이란 정치적 동기의 발언이 아니라, 방역책임자와 관련전문가들의 심도깊고 투명한 논의의 결과여야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