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시절' 변명 안 통한다, 학폭으로 추락하는 스타들》이것은 오늘 아침 조선닷컴 가장 상단에 있는 한 기사 제목이다. '철없던 시절'은 어느 배구 선수들이 저질렀던 ‘학폭’에 관한 사과문에서 '철이 없었던 시절'에 그랬다 한 표현이었다. 사과는 사과답게 해야 피해자를 더 성나게 하지 않는다. 가해자가 스스로 '철없던 시절' 뒤에 숨어 버리면 진정한 사과라 할 수 없다. 저 말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너그럽게 용서할 때 ‘철이 없어서 그랬겠지’라 해야 제격이다. 가해자가 도리어 철이 없어서 그랬다고 말하면 변명이 되고 핑계가 될 뿐이다. 그러나 그윽이 보노라면 가해자가 저 말을 사용한 것은 문제이지만, '철이 없었다'는 말 자체에는 공감 못할 것도 없다.
  
  역시 오늘자 조선닷컴에《TV조선 칼럼 ‘신내림 관료’를 위한 변명》이란 칼럼이 있다. 내용은 ‘신내림 과장’으로 알려진 사람이 아깝다는 변명의 글이다. 한마디로 잘라 말하면, 공부 잘하고 똑똑했던 사람이 구속되어서 안 됐다는 취지였다. 탈원전을 반역질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똑똑한 사람이 반역질 같은 것을 했기에 더 나쁜 것이다. 그래서 똑똑한 것이 도리어 독극물이 돼 버렸다. 진정으로 똑똑했다면 도둑처럼 야밤에 444개나 되는 파일을 삭제했겠나? 검찰 조사에서 “감사 정보를 알았느냐”는 질문에 “몰랐다. 신내림을 받은 것 같았다”고 진술했겠나. 누가 봐도 윗선을 감추고자 한 것으로 이해되는데 말이다. 배구 선수가 철이 없을 때 저질렀던 학폭도 변명이 안 되는데, 고위 관료가 학생 때 공부 잘한 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은 사라진 일이지만 이전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은 매사에 용서받곤 했다. 공부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처벌을 면하고 다른 학생은 처벌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변호사들이 상장. 표창장 같은 것을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금은 공부 잘한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하거나 공부 못 한다는 이유로 처벌되는 경우는 없다.
  
  ‘신내림’과장은 서기관이라 한다 그러니 학교도 오래 전에 졸업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학생 때 공부 잘한 것을 들어서 변명해 주었다. 차라리 “철이 없었다”고 변명하는 게 낫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