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김남국…여태 단 한번도 직접, 실제 사건이나 범죄의 '수사'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경찰간부 출신인 황운하도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냥 길에서, 일상 생활 속에서 종종 발생하는 폭행, 절도, 교통사고, 명예훼손 같은 사건 사고는 그 전모가 거의 노출되어 있고 단지 누가 잘못했나를 가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 일은 '수사'라기보다 '조사'라고 한다.
  
  반면에 지능적인 경제사범, 구조적인 부정부패, 주먹질 없이도 벌어지는 권력형 비리 같은 범죄는 대개 숨어 있다. 그냥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처음엔 범인이 누군지도 모른다. 그런 범죄를 찾고 범인을 가려내는 것이 '수사'다.
  
  안 봐도 비디오 같은 일, 뻔한 범죄라도 막상 관련자들이 입을 맞추고 오리발 내밀 때, 법관이 범죄로 인정하는 수준으로 증거를 찾기란 정말 욕나올 만큼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또 증거를 찾았다고 기소를 해도 법원에서 무죄가 나는 사례도 종종 생긴다. 그것이 수사의 특성이고 어려움이다. 그런 특성이나 어려움을 털끝만큼도 모르는 자들이 배지 권력만 믿고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마구 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