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의힘 국회의원 네 분과 전직 최고위원을 허위사실 유포, 후보자 비방,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박 후보에 따르면 도쿄 아파트는 초호화 아파트가 아니고, 야스쿠니 신사와는 반대 방향이어서 신사 자체가 보이지 않는 위치라고 한다. 박 후보는 도쿄에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사실만으로 ‘토착 왜구’‘위선 영선’ 등의 비방, 모욕을 가했다고 소송 사유를 밝혔다.
  
  정치, 선거가 품격있게 전개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다만, 여권에서 야당 등을 향해 퍼부어온 말부터 떠올려줄 것을 권한다. 우선, ‘뷰 논쟁’을 촉발한 분은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신동근 의원(최고위원)이다. 신 의원은 ‘부산의 대마도까지 보이는 아파트 뷰’를 운운하면서 “공직 나가려는 사람은 있는 것도 판다”며 국민의힘 후보를 공격했다. 그것도 국회 법사위 정책질의에서였다. 아마도 선거마다 재미를 봤던 ‘반일 프레임’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그러나, 부산에서 직선으로 49.5km 떨어진 대마도는 울산에서도 보인다. “당신네 후보 집은 그러면 일본 ‘왕궁 뷰’입니까? 아카사카 별궁 옆에 왜 집을 갖고 있습니까?”이라는 말은 신 의원이 도발한 ‘대마도 뷰’ 반박 차원에서 나왔다. 박 후보의 소송 사유대로라면 부산에서 대마도가 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분들은 신 의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면서 한일 양국은 파국으로 치달았고, 지금까지 여권은 나라를 100년 전으로 되돌린 듯 야당을 ‘토착 왜구’라는 요상한 용어로 때리면서 반일 몰이에 몰두해 왔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공식 유세(2017년 5월) 때 극렬 지지층을 향해 ‘대깨문 여러분!’을 외쳤듯 ‘토착 왜구’는 ‘대깨문’처럼 문 대통령 주변에서 고안됐고, 사용돼온 용어다. 선물로 건네받은 일본 캐릭터 만화 그려진 양말을 신었다가 ‘토착 왜구 증거’ 같은 상스러운 공세에 시달렸던 동년배 야당 여성 정치인의 처지도 헤아려봤으면 좋겠다. 이 여성 정치인은 10년 전에도 박 후보와 함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했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는 ‘1억 원 피부관리’라는 현 여권발(發) 흑색선전으로 인해 다 잡았던 승기를 놓쳤다. 그런데도 현 여권은 이렇다 할 사과를 지금껏 내놓지 않았다.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그런 할머니가 윤미향 의원을 향해 “30년간 속고 당했다”고 절규하자 여권 지지자들은 이용수 할머니를 ‘토착 왜구’라고 공격했다. 국민 대다수는 의원 자격 없다는데도, 여권은 꿈쩍하지 않고 윤 의원을 감싼다. 국내 선거에 필요하면 언제, 어디서, 다시, 문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이 ‘죽창가’를 부르며 ‘반일’ 선동을 하고 나올지 모르는 게 우리가 처한 정치 현실이다.
  
  고소 같은 법적 대응은 박 후보의 선택이자 자유다. 끝까지 가는 것도 박 후보 마음에 달렸다. 그러나, ‘대마도 뷰’ 운운한 신동근 의원의 공식 사과, 박 후보도 잘 아는 야당 여성 정치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차원의 책임 있는 사과,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위로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