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람들이 관용구처럼 사용하는 말이 있다. “군사독재도 이러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말은 대개 정권으로부터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정권이 황당한 짓을 할 때 사용한다. 오늘도 저 말이 커다랗게 활자화되었는데 조심할 일이다. 조선닷컴은 이렇게 쓰고 있다.《YS차남 김현철 “조상 묘까지 압류…군부 독재도 안 이런다”》
  
  김현철 씨가 말한 군부 독재가 어느 정권을 가리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군부 독재에게 탄압받았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 도리어 ‘문민정부’의 권력을 축내고 전횡한 탓에 문민정부한테 처벌을 받았다. 그래서 “소통령”이란 조롱도 당했다. 설령 군부 독재가 못할 짓을 할지라도 김현철만은 군사독재를 욕할 처지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김영삼 정권은 이른바 ‘군사 정권’보다 잘한 것도 별로 없다.
  
  산소(山所)는 현행법상 특별한 지위를 가진다. 선대의 산소가 비록 남의 땅에 있더라도 그 후손은 자유롭게 봉사(奉祀)할 권리를 갖는 게 우리의 법률이고 가치관념이다. 이 마당에 남의 조상의 묘를 압류했으니 구경꾼도 성이 난다. 하지만 저런 만행을 군사독재에 갖다 붙일 일은 아니다.
  
  군사독재가 저런 일 따위를 한 적은 없었을 뿐더러 도리어 효행을 무척 권했다. '충·효'를 새긴 빗돌이 학교 운동장마다 빠짐없이 서 있었지 않았나. 김현철 씨도 그 시절에 학교를 다녔을 나이이다. 그러한데 왜 애먼 군사 정권을 불러내어 “군부 독재도 안 이런다”고 했나? “진시황도 안 이런다”고 하면 되고 아니면 “김정은도 안 이런다”고 하면 되는데.
  
  “군사독재도 안 이런다.”는 말은 어떤 측면에선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는 언어이다. 게다가 군사독재보다 못한 문재인 치하에 살면서 “군부 독재도 안 이런다”는 말이 당키나 하나? 군사독재와 문재인 독재를 병칭(竝稱)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