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저 자신을 이를 때 가끔 불편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 혹은 '내가'라고 써야 할 부분에서도 그렇게 쓰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우리는'이라고 써왔습니다. 그런데 이 '우리는'도 적합하지 않고 우리 마음에도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대개는 자신을 '필자(筆者)'라고 쓰고들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쓸 처지가 안 됩니다. 다만 우리 생각입니다만, '필자'급이 되려면 적어도 문장이나 문사에 뛰어나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 가까이는 되어야 '필자'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또 '필자'급이 된다손치더라도 스스로 자기를 '필자'라 말하는 것도 좀 우습게 보입니다. 이렇게 저는 제가 쓴 글 속에서 '저'를 두고 말할 때 많은 불편함을 느낍니다. 이는 저만 겪는 일도 아닐 것입니다.
  
  이하응이 흥선대원군이 되자 이내 스스로를 '여(余)'라고 썼습니다. 대원군의 위치에서 스스로를 이하응이라 할 수도 없었을 터이고 그렇다고 스스로 대원군입네 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문어적 표현인 '여'로써 자신을 지칭했을 것으로 이해 됩니다.
  
  전두환 장군도 비슷한 경우였습니다. 장군이 언론에 회자되기 시작하면서 그는 스스로를 '본인(本人)'으로 지칭했습니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랬고 퇴임 후에도 그랬습니다. 이런 일들은 모두 자기가 자기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하는 우리네의 생활관습과도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자기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쑥스럽게 여기는 우리 생활문화에서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호칭하는 것은 더욱 난감한 일이 아니라기 어렵습니다.
  
  글 축에도 못 드는 글이지만 저도 글을 쓰다 보니까 이런 불편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저의 아이디인 무학산의 끝자만 따서 '山'이라 하기로 했습니다. 이러면 건방져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감히 건방을 떨자는 것도 아니고 무례를 범하려는 것도 아니니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