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로 썩기 싫다?>
  
  군복무 시절 선임병 중에 부산 K공고 출신이 있었다. 좀 괜찮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좀 유명한 대학 다니다 왔다고 그 선임병에게 제대로 고참(古參) 대접을 못해준 것 같아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스무 살 때의 나 자신은 너무 철이 없었다.
  
  부산에 살다보면 배 타는 사람을 많이 본다. 인천 해사고 출신 어느 항해사가 자기 배 선장이 자신을 학력 낮다고 너무 무시한다고 불평을 하길래 ’그 선장은 어느 학교 나왔습니까?‘ 하고 물으니 부산 K공고 출신이라고 했다. 문득 군복무 시절 그 선임병이 생각났다. 한편으로는 실업계 학교들 사이에도 상대적인 서열이 있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어제 신문에서 코스닥 시총 13위까지 도약한 부산에 본사를 둔 ’리노공업‘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반도체 관련 제조회사인데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고,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대한민국 혁신기업 30’에서 정보기술(IT) 분야 혁신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던 초우량기업이다. 근데 이 회사의 창업주가 부산 K공고 출신이라고 한다.
  
  이렇게 세계적인 기업을 창업하고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 사람은 비록 工高 출신일지언정 서울대 나온 사람 100명을 합한 것보다 이 나라를 위해 더 많이 기여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우리나라에 부지기수로 많다. 오히려 工高 출신들이 현장에서 익힌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동안 좋은 대학 나온 책상물림들은 공무원이나 하며 남이 키운 파이에 빨대 꽂아 빨마먹는 빨대족(?)으로 무탈하게(?) 한 평생 사는 게 아주 한국적인 퇴행적 현상 아닌가?
  
  김명수 대법원장 일가처럼 대를 이어 공무원하며 국민 세금으로 봉급 받고, 늙어서는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 연금 받고, 국민 세금 16억7천만 원 들여 공관 리모델링하고, 국민세금으로 손자 놀이터까지 만들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관에서 공관 요리사까지 불러 사적인 회식모임하고, 자식 부부도 그 공관에 같이 살며 아파트 투기를 하는 방식으로 알뜰하게 재산을 불린다. 자기 돈은 10원도 안쓰고 알뜰하게 국민 세금만으로 살아가는 이 가족은 전형적인 빨대 집안이다. 이런 빨대族들이 나라를 위해 일자리 하나 만든 게 있었나?
  
  성장에 기여하지도 못하면서, 파이를 키우는데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는 기생(寄生) 직군에 종사하면서 남이 키운 파이에 빨대 꽂아 잘 사는, 공부 많이 한 빈대 인생 빨대族들에 비하면 工高 출신이면서 부단한 노력과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기업을 만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든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들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제2, 제3의 리노공업 같은 우량기업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수많은 사업장에서 젊은이들이 땀 흘리고 기술을 연마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기술 한국을 이끌어 갈 기능직 청년들이 혹시라도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이 한 말 때문에 상처받을까 걱정된다.
  
  ‘공돌이로 썩기 싫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대선 출정식 영상의 배경화면으로 이런 내용을 삽입할 필요가 있었을까? 개천에서 용났다고 자랑하고 싶었나? 工高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는 많은 근로자들이나, 지금 工高를 다니고 있는 어린 학생들, 그리고 그런 자식들을 둔 부모들에게 상처와 모욕을 주는 말이다.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현장에서 일하는 기능직 일꾼들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시대착오적인 士農工商의 유치한 관념에 사로잡힌 속물이라면 나라의 앞날이 캄캄하다.